'최순실 국정농단', '트럼프 리스크', '청탁금지법', '조선·해운 구조조정'….
대한민국 경제가 동시다발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정국혼란과 경기회복 지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GDP)은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 트럼프 당선 이후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도 '시계제로'다. 이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는 외국인이 1조7193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 치웠다.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원화값 하락)할 경우 외국인 엑소더스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진행과 미 금리 인상 등을 앞두고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 경기도 싸늘하다.
◆ 외국인, 한국증시 떠난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올해 초 "최근 보유 외환 다변화를 위해 한국 원화에 투자를 시작했다. 외환보유액 중 5% 가량을 투자할 예정이다"며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한국투자 및 자본시장에서 지갑을 꺼내길 주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는 한국 투자여건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또 기업의 실적 부진과 원화 약세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자본시장에선 트럼프가 미국 백악관의 주인이되면서 외국인 투자가 줄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 주식을 1조7100억원어치 팔았다. 미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이후인 8일부터 18일까지 무려 1조96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지난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83.2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8일(1183.6원)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 대선 투표 전인 지난 8일 종가(1135.0원)에 비해 48.2원이 상승(원화값 하락)했다.
NH투자증권 이현주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는 통상 신흥국 자본이탈 우려로 확산한다"며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서는 환율 수준이 1150원선이라는 점에서 자금이탈 우려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통계 기준 원·달러 환율 구간별 순매매 규모를 보면 외국인은 1100∼1150원 구간에서 35조6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1150∼1200원 구간에서는 13조9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전망과 투자자금이 국내 금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의 금리 정상화로 우리나라의 금리·환율의 상승 위험이 부각하면 평가손실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제적인 채권 매도로 자금 유출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작년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의 채권투자 규모는 10조1000억원 줄었다.
한은은 지난 11일 '미국 대선 결과 및 새 행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당선과 관련해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장기화도 금융시장엔 악재다. 외국인 엑소더스를 부출길 수 있다는 의미다.
◆경제성장률 3년 연속 2%대 우려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로 경제성장률 전망도 어둡다. 사상 첫 3년 연속 2%대 저성장에 머물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우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 당장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한미 FTA 재협상 등 보호무역주의 기조 때문이다.
스탠다드차다드는 "한국 수출에서 미국의 비중은 13%로 중국(31%)보다 낮지만 중국과 달리 미국은 대부분 최종재를 수입하고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면서 한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도 한국경제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실물경제 영역에 심리적인 위축을 주고 경기회복세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성장률 2.6%를 기록했다. 올해는 정부(2.8%) 역시 2%대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이다. 한국은행은 물론 주요 민간연구기관은 내년에도 한국경제가 2%대 성장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1961년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년 연속으로 3%를 밑돈 적은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2.8%로 낮추면서 이전에 3%대 초반으로 추정했던 잠재성장률이 그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트럼프 당선, 청탁금지법, 최순실 게이트 등 세가지 변수 때문에 국가 전체가 불안한 느낌"이라며 "내년 성장률이 2%대를 넘어 1%대로 떨어질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