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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식의 세태 만화경] '픽미(Pick Me)족'의 족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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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식/언론인·세태평론가

수박이 청춘남녀의 인연을 맺어주던 시절이 있었다. 계곡 저편에 수박을 띄워 짝을 유혹하는 청춘사업! 그 뻔한 술수를 누군들 모르겠냐마는 짐짓 모르는 척, '날 잡아봐!' 수박을 터치해 랑데부하곤 했다. 남녀유별의 울화가 여전했던 7080. 그 흑백 필름의 시절에도 왜 들끓는 신세대가 없었겠나. 색 바랜 청바지, 흥청대던 생맥주 시음장, 가슴으로 뜯던 통기타의 젊음이 가슴마다 내재했다. 다들 내숭을 떨긴 했어도 수박을 매개로 조각조각 마음이 달떴다.

낭만풍의 랑데부 삽화! 사람들은 삽화 속 청춘남녀들을 '수박족'이라 불렀다. 신세대 족보의 시조가 태동한 배경이다. 그 이후 참외족, 사과족이 종횡무진 활약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족보엔 없다. 정작 문중에 이름을 올린 건 '오렌지족'. 명품으로 치장하고 외제차를 굴리며 유흥을 즐기던 해외유학파들이다. 한창 수입산 오렌지가 국내에 상륙하던 때였으니 그 과일로 문패를 내걸었다. 오렌지족의 등장은 우리네 소비패턴에 변화를 몰고 왔다.

족보의 시조 수박족은 쪽도 못쓰고 사라졌다. 오렌지족의 아류도 등장했다. '낑깡족'. 맹목적으로 따라하려는 사회적 병폐가 탄생시킨 별종이다. 그들은 오렌지족의 동작뿐 아니라 정신세계도 닮으려 했다. 흉내 내는 것까진 좋았으나 소비 형태를 닮으려 한 게 문제였다. 경제적 체력이 약한 뱁새가 황새의 광폭 씀씀이를 무슨 수로 따라잡으랴. 유흥가에선 '노는 물이 달라'라는 유행어도 그 때 파다하게 돌았다. 낑깡족은 곧 소멸됐다.

정작 신세대 데이트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건 '야타족'이었다. 명령조의 '야! 타!'를 붙여 급조된 신조어.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길거리 헌팅에 나선 족속들이다. 오렌지족과는 사촌지간. 주 무대는 서울의 압구정동과 홍대 입구. 안하무인에 이기적인 사고가 배어 있었지만 뭇 여성들은 그 오만한 입심에 외려 매혹에 빠졌다. 와중에 튼튼한 두 발로 '뚜벅뚜벅' 걸어 다니며 데이트를 하겠다는 순정파 '뚜벅이족'도 거리를 누볐다.

세월을 뒷장으로 막 넘기려는 2016년 끄트머리. 신개념의 족속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디지털 시대가 낳은 '픽미(Pick Me)족'. 말하자면 스펙을 갖췄지만 선택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고단한 세대의 한 부류. 그래서 그들은 아우성친다. '나를 뽑아줘!'라고. 그들의 사전엔 과시성 소비란 없다. 오렌지족의 펑펑 소비 형태와는 거리가 멀다. 오로지 나와 현실에 가치를 부여하는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실속파다.

예나 지금이나 신세대는 소비와 유행의 주역이다. 그래서다. 내년 소비트렌드가 벌써부터 나왔다. '욜로(YOLO)' 트렌드다. '한 번 사는 인생(You Only Live Once)'의 약어다. 불투명한 미래를 두려워하기보다 현재의 삶에 충실하려는 2030세대의 실리적인 가치관이 숨어 있다. 트렌드는 디지털에 편승해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눈 깜짝할 새다. 제품이 세상에 나오기가 무섭게 평가가 쏟아진다. 보는 눈이 촘촘하고 기민하니 어지간해선 퇴물 되기 십상이다.

까딱 한 눈 팔다간 이방인이 되는 오늘날이다. 사회발전 단계설을 연구했던 스펜스도 이렇게까지 사회가 진화하리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사이버 신인류가 확대 재생산하는 입소문의 쓰나미를 상상이나 했겠나. 표심에 민감한 정치인들은 그들의 트렌드를 읽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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