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이 최근 "현재 공석이거나 교체 대상의 공공기관장에 대해 제한적으로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면서 금융공기업 후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이 공공기관장 인사권을 국정 공백 해소 차원에서 행사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황 권한대행은 지난 15일 이양호 전 농촌진흥청장(57)을 마사회장으로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19일 취임식을 갖고 3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이에 앞서 한국예탁결제원 신임 사장에는 이병래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내정됐다. 임원추천위원회가 지난 6∼7일 공모를 받아 면접을 진행했고, 이 상임위원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이병래 차기 사장은 이번주 중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곧바로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탄핵 정국'으로 주춤했던 IBK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 인사도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음달까지 20여곳의 공공기관장이 임명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7일 임기만료를 앞둔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후임자 인선을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 다음달 13일 임기 만료를 앞둔 기술보증기금도 새 이사장 선임을 위해 오는 20일까지 공모가 진행된다.
◆차기 기업은행장 경쟁 치열
기업은행은 후임 행장을 놓고 이미 과열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멈춰 섰던 후임 인선 절차가 본격화됐다는 의미다. 금융위는 권 행장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새 행장 후보를 추려 임명 제청을 할 계획이다. 이번주 중에는 차기 행장의 윤곽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행장 인선을 두고 기업은행 내부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난무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 지부는 지난 16일 성명에서 차기 행장 선임과정에 현 정부 실세와 친박계가 인사에 개입하고 있는 정황이 있다면서 현직 임원이 금융위 고위 관계자와 회동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업은행과 금융위는 이런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차기 행장 후보군에는 박춘홍 전무와 김도진·시석중 부행장 등 내부인사를 비롯해 금융당국 출신 등이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구 행장, 연임 성공할까
새로운 과점주주가 차기 행장을 뽑을 우리은행은 16년 만에 민영화 성공으로 현 이광구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에선 이 행장의 '연임 희망파'와 '새 행장 선임파' 간 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행장의 임기는 올 연말까지지만 일단은 내년 3월 주주총회 때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우리은행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지분을 매입하는 과점주주들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주고,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임추위를 구성해 새로운 행장을 뽑도록 했다. 결국 임추위 멤버인 사외이사들의 의중이 중요하다.
새로운 사외이사들은 다음달부터 임추위를 구성해 바로 신임 행장 선출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새 사외이사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한국투자증권 추천),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IMM PE), 톈즈핑(田志平)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동양생명), 박상용 연세대 명예교수(키움증권), 노성태 전 한화생명 연구원장(한화생명) 등 5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민영화 성공과 실적호조(올 3분기 누적순익 1조1059억원) 등을 감안하면 이광구 행장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면서 "새로운 사외이사들도 최소한 1년 정도의 과도기적 연임을 선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 행장 선임보다는 경영 연속성을 통해 우리은행의 비전을 그려갈 것이란 해석이다. /채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