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가금류 농가의 살처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 17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AI가 확진된 이후 약 40일 동안 2600만 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매몰된 것이다.
특히 그동안 '청정지역'으로 분류되던 경남지역 농가마저 AI에 뚫리자 방역당국은 추가 방역조치를 발표하는 등 초긴장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4일 경남 양산 산란계 농장에서 H5N6 AI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며 25일에는 경남 고성 육용오리 농장에서 AI 의심신고가 접수돼 현재 정밀검사 중이다.
지금까지 114건의 AI 의심신고가 접수돼 이중 100건이 확진 판정을 받아 531농가 2614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매몰됐다.
야생조류에서도 지난 10월 28일 이후 29건이 검출됏으며 H5N6와 H5N8 등 2개 유형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현재 AI 발생추이는 하루에 4~7건으로 최대 하루에 14건이 신고되던 이달 중순보다는 다소 감소했지만 경남도에 추가로 AI가 발생함에 따라 감소 또는 증가를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AI가 추가로 발생한 농장은 24시간 이내에 살처분을 완료하고 경남 양산, 전북 김제 등에 대한 지역별 대책을 마련하는 등 추가 방역조치에 나섰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경남 양산의 경우 발생농장 중심으로 500m 이내 농장과 역학 농장의 가금류는 즉시 살처분·매몰을 추진할 것"이라며 "전북 김제 또한 발생농장 인근에 가금류 농가들이 밀집해 있어 3㎞ 이내 농가의 가금류에 대해 살처분·매몰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확산에 따라 계란 가격 또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소비자 가격이 전월 대비 28.7%, 산지 가격은 47.9% 상승해 가계 부담 및 영세 자영업자의 2차 피해가 늘어가고 있다.
정부는 계란 가격 상승으로 사재기 행위가 우려되는 만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국 17개 시도별로 계란 사재기 및 유통·위생 실태에 대한 점검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행정지도 및 권고 외에는 특별한 조치 권한이 없어 사재기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행정 처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I가 걷잡을 수 확산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살처분 작업 인력도 부족한 지경이다.
실제 농식품부에 따르면 살처분 투입 인력 한명당 하루 500마리 정도 살처분하고 있다.
전국에서 매일 하루 평균 65만 마리씩 도살 처분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만 1300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한 셈이다.
이에 방역당국은 민간업체를 통한 인력 동원을 비롯해 공무원도 대거 투입하고 있으며, 한 번 투입된 인력의 경우 6주 정도 쉬게 한 뒤 다시 투입하는 등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인원 증가에 따른 고위험군 증가로 인체 감염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당국은 지금까지 투입된 살처분 인력 1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각 지자체 보건소를 통해서 예찰하고 있으며 아직 인체 감염 피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영란 질병관리본부 질병매개곤충과장은 브리핑에서 "살처분 투입 인력 중 계절인플루엔자 양성 반응이 1명 있었지만 H5N6형의 인체 감염 사례는 현재까지 없다"며 "나머지는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