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필요한 인체 장기를 기증 받지 않고 실험실에서 직접 만드는 시대도 멀지 않았습니다."
최근 돼지 간을 이용해 면역 거부반응이 없는 이종이식용 인공 간을 제작하는데 큰 역할을 한 서울대학교 강경선 교수는 이번 성과가 인공 장기 개발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연구진이 우장춘프로젝트에 참가해 2년 정도 연구를 수행했는데 이렇게 빨리 좋은 결과를 나와 매우 고무적"이라며 "앞으로 2-3년 내에 이번 기술로 제작된 인공 장기를 돼지에 적용해 성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는 우장춘프로젝트의 하나로 서울대(강 교수)와 강원대가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우장춘프로젝트는 농진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 양성과 농업 및 농촌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미래원천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업기간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연간 약 50억원을 지원한다.
연구에 돼지 간을 사용한 이유는 돼지의 피부나 장기가 사람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다. 대게 사람과 비슷한 동물을 생각하면 원숭이를 떠올리지만 원숭이는 장기가 작고 또 돼지처럼 구하기도 쉽지 않다.
강 교수는 "간이나 콩팥 등 사람의 장기가 손상되면 장기를 기증받아야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장기 수급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최근 줄기세포를 통해 인공 장기를 만들겠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손톱만한 크기의 미니 유사 장기인 '오가노이드(organoid)'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 연구진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실제 간이면 간, 콩팥이면 콩팥 등 사람의 장기 전체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는 세계적으로도 미국 하버드 대학 등 5곳 이내에서 진행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장기 전체를 온전히 제작하는데 무엇보다 어려운 점은 실제 장기와 같은 혈관 구조를 재현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혈관은 국토에 비유하자면 고속도로와 같은 것으로 혈관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영양분이 공급돼 세포가 산다"며 "세계적으로 지금까지의 인공 장기 연구는 혈관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 장기가 이식되더라도 쉽게 죽어버렸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이번 연구는 그런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또 "최근 바이오장기 연구에 있어 각광 받고 있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뼈나 관절 등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장기는 만들 수 있지만 간 등의 기능적인 장기를 만드는 데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이번 기술이 돼지를 넘어 임상 실험에까지 성공하게 된다면 인공 장기 실용화의 획기적인 성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