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김나옥 교장 "입학 면접 때마다 학부모의 눈물을 봅니다"
"입학 면접 때마다 항상 눈물을 닦을 휴지를 준비해야 합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김나옥(52) 교장에게 학교와 관련해 꼭 하고 싶은 말을 청했더니 이렇게 서두를 뗐다. 휴지는 학부모들의 눈물을 닦기 위한 것이다.
국내 최초 고교 자유학기제 학교로 유명한 벤자민학교는 대안학교의 일종이다. 그래서 입학을 위해서는 면접 때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자리해서 모두 동의해야 한다.
면접 자리에서 학생들은 심중에 꽁꽁 감춰 두었던 말들을 토해낸다. 부모가 바라는 대학이나 직업이 아닌,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이야기한다. 부모들은 자신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진면목에 놀라게 되고, 비로소 아이와 진짜 대화다운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된다.
그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는 부모들이 많다고 김 교장은 전했다.
일선교사로 있다 교육부 공무원으로 옮겨 교육정책을 집행했던 김 교장은 바로 이런 한국교육의 변화를 보기 위해 다시 교육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제1기 벤자민학교가 문을 연지 이제 4년째. 김 교장은 올해야말로 자신이 꿈꿔온 변화가 우리사회로 퍼져나갈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인터뷰 하루 전인 23일 국회에서 벤자민학교 주관으로 열린 '2017 대한민국 미래교육포럼'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황을 이뤘기 때문이다. 김 교장은 "교육부 인성교육 담당자도 참석했다"고 귀띔했다.
벤자민학교는 학생들에게 학교 밖 실제 세상 체험을 통해 교육을 한다. 그래서 학교건물도, 교과서도, 수업도, 시험도, 성적도 없다. 이 때문에 5무(無) 학교로도 불린다. 현행 중학교에서 시행 중인 1학기짜리 자유학기제와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1년이라는 기간이나 고등학생들이 대상이란 점부터가 다르다. 김 교장은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와 더 가깝다고 했다.
아일랜드는 중등과정에서 고등과정으로 진학하기 전 학생들이 1년간 직업체험을 비롯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전 사회가 나서 도와준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진로를 찾기까지 사회 전체가 불편함을 감수한다. 아일랜드 사회의 미래를 밝혀줄 동량을 키우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벌써 40년 가까이 이어온 이 전환학년제는 실제 큰 성과를 냈다. 농업에 의존하던 유럽 변방의 가난한 섬나라는 전환학년제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다. 주도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는 학생들의 힘이었다.
김 교장은 한국사회에서 이 같은 시도가 더 절실하다고 했다. 한국적 교육의 특수성 때문이다. 김 교장은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들이 자립심을 키울 기회를 주려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자립하기를 바라지 않는 듯한 성향을 보이는데 자신들은 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자립 기회를 갖지 못한 아이들은 부모가 원하는 대학, 부모가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기 십상이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대학을 다니다가 혹은 사회생활을 하다가 자신의 진정한 꿈과 적성을 깨닫게 되고 비로소 후회를 한다.
안정된 사회에서는 학벌과 내세울만한 직장에 안주하고 있어도 살만 하지만 이미 코앞으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통하지 않는다. 급변하는 미래사회에는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열어가는 인재가 필요하다. 김 교장은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도 입시경쟁이 치열하던 상황에서 나왔다"며 우리 교육도 이제 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인격완성을 목적으로 삼았던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의 이름을 따왔다. 현재 일본, 미국에도 학교가 있고, 올해 중국에도 생긴다. 처음부터 이 같은 글로벌화를 생각하고 학교 이름을 지었다. 매년 한 번 신입생을 뽑는데 1월 현재 4기 입학절차가 진행 중이다. 본인 스스로 계획을 짜 실행하는 '벤자민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고, 사회 각계의 지도층 인사들이 학생들을 위한 멘토가 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