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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달라진 설 풍경] 당신은 고향에 안가십니까, 못가십니까

[2017 달라진 설 풍경] 당신은 고향에 안가십니까, 못가십니까

25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 설 연휴(1.27~30)를 이용해 해외로 출국하려는 인파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



해가 갈수록 먼 고향을 찾아 고생길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아예 가족 전체가 뿌리를 수도권으로 옮기는 집들이 늘어나 단거리 귀성으로 대체된 이유도 있고, 고향의 노모 혹은 노부가 상경하는 역귀성이 급증한 까닭도 있다. 이런 경우는 어찌됐든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정을 나눈다.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부모형제를 만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상황. 이번 설은 더욱 그런 이들이 늘 전망이다. 지금 기사를 읽고 있는 여러분도 그 중의 한 명이 아닐지 모르겠다.

여기 소개되는 이유 중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 고향에 안가는 쪽인가, 아니면 못가는 쪽인가.

◆'명절 스트레스 NO' 싱글족 vs '청년실업' 귀성포기자

여러분이 2030 청년이고, 설에 고향을 가지 않는다면 둘 중 하나일 확률이 높다.

먼저 30대 싱글족인 Y씨와 같은 경우다. 평소에도 일본 오사카를 자주 찾는 Y씨는 이번 설에도 고향 대신 오사카로 향한다. 고향을 찾았다가는 부모님과 친척들로부터 '왜 시집안가냐'는 판박이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한다. 명절 음식 준비도 단촐한 싱글족 생활만 하던 그녀에게는 스트레스다. 조카들에게 '봉' 노릇 하는 것도 한두 번이다. 마침 지난 추석에 고향에 들렀으니 '설 패스권'을 챙긴 셈이다. 이렇게 명절 스트레스 절대 사절인 싱글족은 차라리 혼자가 좋다. Y씨처럼 해외여행을 하는 대신,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사람도 상당수다.

그러나 불행히도 더 많은 수의 청년들은 타의로 고향을 찾지 못한다. 곧 30대인 H씨는 일찌감치 귀성을 포기했다. 그의 고향은 경남 창원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노량진 학원가에 둥지를 틀었는데, 그게 벌써 3년 전이다. 고향에 갈 면목이 없다. 청년실업난이 심화되자 몰려든 공시생(공무원시험준비생)에 경쟁률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9급 공채는 83.8대 1, 7급은 146.3대 1의 경쟁률이었다. H씨와 같은 장기 공시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인생사 새옹지마'라며 소심하다고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H씨처럼 집안의 장남이고, 사촌동생이 번듯한 직장에 다닌다면 어떨까. 그는 "몸도 마음도 지쳐 고향에 내려가고 싶지만 삼촌네의 자랑에 말 못하시고 속상하실 부모님 모습은 보고싶지 않다"고 말했다.

◆'따듯한 나라로' 해외차례족 vs 'AI 이동제한' 때아닌 실향민

4050 세대는 2030 세대보다는 사정이 낫다.

40대의 J씨는 올 설에 아예 작정을 하고 해외여행을 준비했다. 그녀는 부모님을 포함해 전 가족이 월요일인 지난 23일 캄보디아의 시엠립으로 떠났다. 앙코르와트 유적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그녀는 "따뜻한 곳을 찾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부산에 사는 그녀의 가족은 추위에도 약한 데다 어설픈 설경조차 기대하지 못할 바에는 동남아가 낫다는 판단을 했다. 명절에 온 가족이 모여야 한다는 전통적 인식이 깨진 지 오래라 가족들 사이에 거부감도 없었다. 서울에서 일하는 그녀의 오빠네 가족도 문제삼지 않았다. 그녀 가족처럼 설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요새 '해외차례족'이라 부른다. 이름을 붙일 만큼 이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다.

부산과 달리 충북 지역은 수도권에서 한 시간 거리라 설에 고향을 찾지 않으면 욕을 먹기 십상이다. 명절은 물론이고 제사 등 집안일이 있을 때면 당일 저녁 왕복하기도 한다. 민자고속도로들이 들어서면서 길이 편해진 결과다. 그래서 서울 사는 40대의 K씨는 설이면 늘상 고향을 찾는다. 하지만 이번 설은 갈 수가 없다. '생거진천'이라 자랑했던 자신의 고향이 조류인플루엔자(AI)로 육지의 섬이 됐기 때문이다. 이동제한 조치는 아직 해제되지 않았다. 되레 설 연휴 유동인구로 AI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 고향의 부모는 아이들을 걱정해 오지 말라고 한다. K씨는 어쩔수 없이 불효자가 돼야 한다.

송병형·석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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