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호무역, 멕시코판 물산장려운동 촉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정책이 멕시코 국민들의 애국심을 일깨웠다. 멕시코 국민들은 트럼프의 국경세에 맞서 멕시코판 물산장려운동(20년대 한국의 민족경제 자립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미국산 불매운동이 트럼프의 보호무역바람을 잠재울 수 있을 지 멕시코의 첫 시도가 주목된다.
30일(현지시간) 미국의 CNBC방송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멕시코 소비자들의 SNS에서는 #아디오스 월마트(굿바이 월마트), #아디오스 스타벅스, #아디오스 맥도날드, #아디오스 코카콜라 등의 해시태그들이 퍼져나가고 있다.
멕시코에는 미국 글로벌 기업들의 마트, 편의점, 식당 체인, 커피 전문점과 식음료 등 제품들이 넘쳐나고 있다. 멕시코에 들어선 월마트의 숫자는 2379개소로 미국 본토를 제외하고 최대 규모이고, 덩치가 큰 월마트 슈퍼센터만 256개소에 달한다.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매장들은 500개소가 넘는다. 또한 코카콜라의 세계 최대 소비처(인구당 소비량 기준)가 멕시코다.
이렇게 미국산에 열광하던 멕시코 국민들의 마음이 돌아선 것은 트럼프 때문이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때부터 멕시코와 중국을 보호무역의 핵심타깃으로 삼았고, 그 중에서도 멕시코는 우선 순위에 올라 집중공격을 받아왔다.
값싼 노동력을 찾아 멕시코에 공장을 세우기로 했던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멕시코 국경을 넘는 제품에 고율의 국경세를 매기겠다'는 트럼프의 위협에 당초 계획들을 모두 접었고, 미국 밖 글로벌기업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또한 멕시코가 가입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미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중 가장 먼저 폐기당할 처지다. 게다가 트럼프는 멕시코와 미국 간 국경에 세울 이른바 '트럼프 만리장성'의 건설 비용을 '멕시코 불법이민자들이 미국에 끼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이유로 멕시코에 강요하고 있다.
멕시코 국민들 마음에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심리가 발동된 것이 당연한 상황. 헤시태그 운동에 동참한 한 멕시코인은 "나는 애국자"라며 멕시코 국가의 유명한 한 소절을 언급하기도 했다. 멕시코 국가에는 '멕시코인들이여, 전쟁의 외침을 들어라. 검과 고삐로 무장하라'는 소절이 있다.
이처럼 결연한 애국심에도 불구하고 불매운동으로 미국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지는 미지수다.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원료를 현지에서 조달해 불매운동이 본격화될 경우 멕시코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이 트럼프에게 압력을 행사할 만큼 피해를 입는 동안 멕시코 경제도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 불매운동이 전개되기 힘들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