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게임즈의 조직 문화 개선안이 내부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대부분의 직원은 환영하고 있지만, 일정이나 일감이 변동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시 퇴근'을 하게 되면서 업무 강도가 높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2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넷마블게임즈는 지난 13일부터 ▲야근·주말근무 금지 ▲탄력근무제도 도입 ▲퇴근 후 메신저 업무지시 금지 ▲종합병원 건강검진 전 직원 확대시행 등을 골자로 하는 '일하는 문화 개선안'을 넷마블 본사와 계열사 20여곳에서 의무 실시했다.
대부분 직원들의 근무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 이에 따라 넷마블은 저녁 7시가 되면 퇴근하라는 방송이 나오고, 8시에는 일괄적으로 소등한다. 야근을 할 경우는 신청서를 내고 승인을 받으면 된다.
지난 17일에는 '넷마블엔투' 등 규모가 큰 계열사들에도 퇴근 시 컴퓨터를 끄고 가라는 지침도 내려왔다.
넷마블 사내 3500여 임직원들은 환영하는 모양새다. 오후 7시가 되면, 퇴근하는 임직원들로 엘리베이터가 붐빌 정도다.
업계에서는 야근과 주말 근무, 퇴근 후 메시지로 업무 금지를 지시한 넷마블의 시도를 파격적이라고 평한다.
다만, 일부 직원 속사정은 다르다.
넷마블 개발사의 한 직원은 "일정이 변경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가 퇴근을 강제하니 업무강도가 높아졌다"고 토로했다. 당장 일이 밀려있는데 7시에 퇴근하면, 언제 일을 다 처리하겠냐는 지적이다.
게임 업계에 종사하는 개발자나 직원들은 출시 일정, 업데이트 일정을 맞추기 위해 기본적인 업무량이 많다. 이용자들이 24시간 게임을 이용해 서비스 장애에 대비해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칼퇴'가 의무화된 후 평소 많은 이들이 이용하던 사내 카페도 지금은 이용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 직원은 "회사에서는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말하지만 근무시간이 줄어드니 상대적으로 근무시간 내에 처리해야 할 일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 시간이 부족하니 내부에서는 출근을 일찍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하소연도 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향후 차츰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업무분배는 적극적인 인원 충원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충원이 이뤄지지 못해 발생하는 야근이나 주말 근무는 의무적으로 대체휴가를 부여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업무 가중량 또한 업데이트 및 게임론칭 일정 지연도 감수해 점차적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게임 일정이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를 감수하고 강한 의지로 반영하고 있고, 이번 문화 개선안을 계기로 올해 채용도 대대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넷마블게임즈는 부족한 인력을 신규채용으로 채워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넷마블은 지난 2년간 매년 500명씩 신규 채용을 진행해왔다. 업계에서는 올해 넷마블 채용 규모가 전년비 2~3배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넷마블 등 게임업계는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직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돌연사하는 일이 잇달아 일어나며 사회적 문제가 돼 왔다. 특히 넷마블의 경우 잦은 야근으로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구로의 등대'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혼란을 감소하고서라도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첫 발자국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