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내놓은 소비 진작 방안은 꺼져가는 내수의 불씨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긴급 진화책이다.
실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이찬우 차관보는 지난 21일 가진 사전 브리핑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2.6%로 제시하면서 1분기는 0%대 중반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비가 지속해서 둔화하면서 예상 1분기 성장 흐름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내수 부진이 수출 호조로 겨우 움튼 경기회복세를 발목 잡도록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수출은 정보기술(IT) 업황 개선과 유가 회복에 힘입어 3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할 때 작년 11월 2.3%로 증가한 수출은 12월 6.3%, 올해 1월 11.2%로 그 증가 폭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다소 살아나는 듯한 수출도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에 따른 위험 요인이 잠재돼 있어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내수다. 작년 4분기 이후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작년 11월 95.8, 12월 94.1, 올해 1월 93.3을 기록했다.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소비심리 위축 요인으로는 대내외 불확실성과 청탁금지법 시행 등이 거론된다.
정부는 고용 증가세가 약화되고, 체감물가가 상승하는 등의 영향 때문에 향후에서 소비 둔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내 정국불안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등 불확실성 확대로 자동차 등 내구재 중심으로 소매판매가 둔화했다.
국내 관광·여가 서비스업도 나빠졌다. 반면 내국인의 해외여행 등 국외 소비는 증가했다.
청탁금지법은 음식점이나 주점 등 서비스업 매출·고용에 직격탄이 됐다. 숙박서비스업은 지난해 10월~12월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고꾸라졌다. 음식점업과 주점 역시 지난해 10~12월 세 달간 모두 뒷걸음질을 쳤다.
설 선물수요도 위축돼 농·축·수산물 산업도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용부진까지 점차 심해지며 가계소득 증가세도 꺾이는 상황이다.
저소득층이 주로 일하는 임시·일용직 고용도 줄어들고 영세자영업 경영여건도 좋지 않아 이들의 소득 감소세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생활 물가 상승세까지 확대돼 가계 실질 구매력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주거비·의료비 등 주요 생계비 증가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부담이 확대하는 양상이다.
실제 지난해 4·4분기 이후 유가가 오르고 농축산물 수급 불안 등으로 생활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며 가계의 실질구매력은 크게 떨어졌다.
앞으로 시중금리 상승도 예상돼 가계부채 상환 부담도 높아질 전망이라 내수 부진 흐름은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이러한 최근 경제동향 분석으로 내수 위축 흐름을 조기에 차단하려 이번 소비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찬우 차관보는 "시급하다고 판단한 부분에서 과제를 망라해 정책을 마련했다"며 "지출 여력이 있는 중산층과 고소득층은 소비심리 개선에, 저소득층은 소득 확충과 생계비 부담 경감으로 지출 여력 확대에 각각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