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집계 기준 개편…낮 12시-오후 6시 음원 기준으로 변경
가요계 발빠른 태세 전환…러블리즈·태연·구구단 등 음원 발매 일시 이동
음원차트 개편안이 시행되면서 가요계 안팎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멜론, 벅스 등 국내 주요 음원사업자들이 기존 실시간 차트 집계 기준에 변화를 꾀하면서 더 이상 '0시 음원 발매' 관행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개편의 골자는 바로 '시장의 공정성 회복'이다. 일반 사용자가 적은 0시에 음원을 발매할 경우, 일부의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실시간 차트 상위권 독식이 가능해진다.
아이돌 그룹이 대표적인 수혜자다. 아이돌 팬덤은 0시 음원 공개 이후 일정 시간 동안 스트리밍 및 음원 구매에 집중적으로 나선다. 이 과정을 통해 해당 가수의 음원이 새벽 시간대 차트의 상위권을 장악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수많은 그룹들이 이 같은 관행을 이어왔다. 차트 성적표가 인기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차트 1위' 가수가 하루에도 여럿 보이는 웃지 못할 상황도 빈번히 일어났다.
이는 곧 음원사이트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대두됐다. 음원사이트 관계자에 따르면 이용자가 가장 많은 시간대는 출·퇴근, 통학 시간인 오전 8시와 오후 6시다. 대다수의 이용자들은 차트 상위권부터 듣는 경향이 있는데, 출근 시간대 상위권 차트를 그대로 스트리밍하면서 새벽 시간대에 형성된 차트가 오후까지 굳어지는 상황도 빈번히 일어났다. 결국 일반 이용자들은 자연스레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할 기회를 잃게 되고, 하위권으로 밀려난 '非아이돌' 음악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악순환이 빚어졌다.
그러나 이번 개편에 따라 분위기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음원사업자들은 공정성을 저해하는 해당 관행을 철폐하기 위해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음원 성적을 실시간 차트에 반영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가요계는 발빠른 태세 전환에 나섰다. 기존 0시 음원 발매를 없애고 낮 12시, 오후 6시 등으로 발매 시간을 조정하기 시작한 것.
그 예로 지난 27일 컴백한 그룹 러블리즈는 26일 오후 10시로 음원 발표 일시를 앞당겼다. 27일 0시에 발표할 경우 이날 오후 1시부터 차트에 반영되지만 26일 오후 10시에 발표할 경우 오후 11시부터 차트에 반영돼 새벽까지 롱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 사고가 일어났다. 타이틀곡 'WoW!(와우)'는 26일 오후 11시 멜론 실시간 차트 17위로 진입했지만 0시 차트에서 실종됐다. 수록곡들도 함께 사라졌다. 한 시간 뒤 차트가 정상화 되면서 해당 곡들은 재진입했지만 순위는 이미 뒤로 밀려난 상태였다.
28일 컴백한 태연과 수지, 그룹 구구단 등은 낮 12시에 음원을 발표했다. 이 시간은 실시간 차트 반영의 시작점이자 일간차트 집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일간 차트는 당일 낮 12시(정오)부터 다음날 낮 12시까지를 기준으로 집계된다. 즉, 이 시간에 발표하면 일간 차트에서 보다 유리한 것이다.
태연의 경우 발표와 동시에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1위를 석권하며 '음원파워'를 제대로 증명했다. 즉, 0시 발매가 아니더라도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직장인의 퇴근, 학생들의 하교 시간인 오후 6시를 선택한 그룹도 있다. 오는 6일 컴백을 앞둔 비투비가 바로 그 첫 타자다. 오후 6시는 실시간 차트에 반영되는 마지막 시간이지만 이용자가 많은 시간임을 감안할 때 그룹으로서는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이처럼 공정성을 높이고 왜곡된 음원 차트를 부활시킨다는 의미에서 이번 개편은 긍정적인 효과를 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일부 아이돌 그룹 관계자들은 이번 개편이 아이돌 팬들에 대한 편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음원 발매 시간이 팬덤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며 시간대를 변경하는 것은 겉핥기식 변화라는 것이다. 변화된 차트 방식에 따라 음원 발매 및 마케팅에 대한 관계자들의 고민도 줄을 잇는다. 기존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과연 차트 개편이 향후 가요계에 또 어떤 변화를 몰고올 지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