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친구에 문자' 취업미끼로 사회 초년생 울리는 다단계 경보
취업을 못해 힘들더라도 갑자기 친구나 선·후배로부터 일자리가 있다며 같이 일하자고 권유하는 문자가 오면 경계해야 한다. 자칫하면 불법다단계에 휘말려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인기피 등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취업을 미끼로 유인해 대출을 유도하고 물품을 강매하는 불법다단계 조직들이 활개치고 있는데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이들 중 13명을 8일 형사입건했다.
유사 피해를 막기 위해 이들의 수법을 상세히 소개한다.
이번에 적발된 불법다단계 중 A조직은 연령대가 대부분 20대인 판매원을 900명이나 모은 뒤 이들에게 친구나 선·후배를 타깃으로 유인하는 방법을 철저히 교육했다.
이 조직은 사회 초년생들을 사업장으로 유인, 9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하도록 해 판매원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1대1 미팅, 성공자 체험사례 교육 등을 통하여 판매원이 물품을 구매할 때까지 3일간 집중적인 세뇌 교육이 이뤄졌다.
판매원이 된 사회초년생들은 다시 하위판매원을 모집하여 그 하위판매원이 제품 구매시 구매실적의 15%를 수당으로 받는 식으로 다단계망을 만들어갔다. 실버-골드-루비-에메랄드-다이아몬드-크라운-탑크라운 등 7단계였다. 이 다단계망을 만들기 위해 조직은 판매원들로 하여금 유인할 대상의 학력, 가족관계, 성격 등 구체적인 프로필을 작성해 제출하게 했다. 이어 타깃별 공략법을 훈련시켰다.
조직은 특별한 수입이 없는 20대 사회 초년생들에게 상위 직급에서 시작해야 승급이 빠르고 많은 수당을 받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현혹하여 대출을 받도록 유도했다. 판매원이 대출을 받기로 결정하면 대부 중개업체를 통해 직장과 수입이 있는 것처럼 서류를 위조하여 제2금융권에서 1500만원 상당을 27.9%에 달하는 고금리로 대출을 받게 하였다.
이 과정에서 상위 판매원은 대출이 완료될 때까지 옆에서 감시하며 대출의 전 과정을 최상위 직급자에게 실시간 보고하였고, 대출금이 입금되면 즉시 현금으로 인출하도록 하여 물품대금으로 받았다.
이들이 판매한 제품은 건강보조식품, 치약세트 등이며 시중가보다 10배 가량 높은 가격으로 신규판매원들에게 1인당 9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하게 하였다.
2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들인 피해자들은 ▲취업미끼유인 ▲높은 이자의 고액대출 ▲고액의 물품 구매 ▲일상생활의 통제·감시 ▲지인들을 판매원으로 유인 ▲떠안게 된 고금리의 대출금 등의 과정을 겪었다. 이로 인해 자책과 원망, 대인기피 등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수천만원의 대출금으로 인하여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등 극심한 경제적 고통까지 겪고 있다.
강필영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계속된 경기침체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구직자와 시중의 저금리로 높은 이율의 투자처를 찾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신·변종 불법 다단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사회 초년생과 주부, 노년층 등 사회경제적약자를 울리는 불법 다단계 근절을 위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수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다단계 업체 등록 여부는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조회가 가능하며 불법 다단계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경우, 서울시 온라인 민생침해 신고 사이트 '눈물그만'이나 민생사법경찰단 '신고제보센터'에 신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