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 돌아왔다.
총수 부재로 계열사 자율경영이 강화된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에서 특검 이슈와 관련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들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주요 안건으로 국민연금의 찬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인 담긴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정관 변경에 나선다.
13일 재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가장 많은 주총이 열리는 시기는 오는 17일과 24일이다. 17일에는 현대차, 현대글로비스, LG전자, LG화학, LG이노텍 등이 주총를 개최한다.
24일에는 삼성전자,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LS, LS네트웍스 등 상장사 절반 이상이 집중되는 슈퍼 주총데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등 삼성 계열사들은 특검수사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예년보다 늦는 오는 24일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계열사들의 자율경영이 강조된다. 이에 계열사들은 이번 주총에서 사내·사외이사 재선임 및 신규선임 등을 주요 안건으로 처리하고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경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은 이사직의 변동 없이 지난해 재무제표와 이사 보수한도 승인 두 건이 채택됐다.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최대 화두였으나 이번 주총에서는 안건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또 글로벌 기업 CEO 출신 사외이사 선임도 불발됐다.
삼성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되겠지만 현재 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안건과 별개로 특검 수사와 관련해 주주발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도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식대답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7일 열리는 현대자동차 주총에서는 정몽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돼 있어 국민연금의 찬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안건은 정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데 따른 재선임이다. 국민연금은 2008년, 2011년, 2013년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됐다. 강학서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도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 된다.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의 SK그룹 주요계열사들은 오는 24일 열리는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주요 의제로 다룬다. 변경 정관 내용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이다. 기존 정관은 '기업은 충분한 이윤을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LG전자는 정관상 이사의 정원을 최대 9인에서 7명으로 변경하고 구본준 ㈜LG 부회장과 정도현 LG전자 대표이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에 대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의결한다. 구 부회장과 정 사장은 각각 LG전자 기타비상무이사와 사내이사로 재선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사내이사는 구 부회장과 조성진 부회장, 정도현 CFO(최고재무책임자) 사장 3인 체제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에서는 정호영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된다.
롯데그룹은 주요 계열사 지주사 전환 등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 한다. 이에 대한 준비 과정으로 오는 24일 열리는 롯데칠성음료 주총에서는 신동빈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또 주총과 별도로 사드 배치 문제로 촉발된 중국의 보복에 대해 앞으로 주주들에게 어떤 대응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GS그룹은 주총에서 오너가 최고경영자(CEO) 신규 선임 및 재선임 안건이 주요 의제로 다룬다. 오는 17일 주주총회에서 GS리테일은 허연수 대표이사의 3년 임기 이사 재선임을, GS홈쇼핑은 허태수 대표이사의 2년 임기 이사 재선임을 각각 안건으로 상정했다. 24일에 열리는 GS글로벌 주총에서는 오너가 4세 허세홍 대표이사 사장의 3년 임기 사내이사 신규 선임 건을 처리한다.
한화테크원, 한화손해보험, ㈜한화와 한화케미칼 등의 한화 계열사도 오는 24일 주총을 열고 과거 한화맨들을 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한화는 김용구 전 ㈜한화 정보통신 대표이사를 사외이사로 한화케미칼은 박석희 전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로, 한화테크윈은 양태진 전 ㈜한화 무역 대표이사를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안건을 주총에 상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