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악화로 인한 활동 중단'. 아이돌들의 활동 중단을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13일 오마이걸 진이와 트와이스 지효가 각각 거식증과 무릎 통증으로 활동을 잠정 휴식한다고 밝혔다.
오마이걸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는 이날 공식 팬카페를 통해 "진이는 오는 4월 컴백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신규 앨범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이는 지난해 8월 말 거식증 증세로 한 차례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WM 측은 "진이 양과 당사는 그동안 꾸준히 함께 고민을 해왔고 충분한 시간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눈 결과 소속 아티스트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최종적으로 이번 컴백 앨범에는 참여하지 않고 잠정적인 휴식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후 JYP엔터테인먼트는 트와이스 지효의 무릎 부상 소식을 알렸다.
JYP 측은 "트와이스 지효가 최근 무릎 통증을 호소해 의료 기관에서 정밀 진단을 받은 결과 이상 증상이 확인돼 필요한 의료 조치 및 회복을 진행 중이다"라며 "최대한 빠르고 순조로운 회복을 위해 불가피하게 일부 일정은 불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신적·육체적 건강 악화로 인한 아이돌들의 활동 중단은 비단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해 연말만 해도 방탄소년단 슈가와 EXID 솔지가 부상으로 시상식에 불참했다. 이밖에도 여자친구 엄지, EXID 하니, 걸스데이 혜리, 엑소 레이, 비아이지 국민표, 빅플로 유성 등이 부상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거나 잠정 휴식을 선언했다.
건강 문제는 활동 휴식을 넘어 중단까지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해 5월 그룹 에이프릴의 현주가 호흡장애 및 두통으로 활동을 중단했고, 크레용팝 소율 역시 공황장애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이 바탕에는 살인적인 스케줄과 무리한 다이어트 등 여러 원인이 산재한다. 아이돌 그룹은 컴백과 동시에 음악 방송뿐만 아니라 예능, 드라마, 라디오 등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팬미팅, 각종 행사, 국내·해외 콘서트를 병행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아이돌 그룹이 종종 TV에서 "하루 1시간도 못 자면서 활동했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미성년자도 예외는 없다. 아이돌 그룹의 평균 연령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지만 이 같은 가요계 관행은 십 수년 전 그 때와 별 다를 바 없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확보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아이돌들의 건강 문제는 방치되고 반복 될뿐이다.
아이돌에게 너무 쉽게 성실성 만을 요구하는 사회적 인식 역시 하나의 원인이다. 무대 도중 쓰러졌던 멤버가 '링거 투혼'을 했다는 일화나, 휴식을 취한 뒤 다음 날 스케줄을 그대로 소화했다는 일화는 비일비재하게 들려온다. 물론 열정과 끈기, 의지가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의도적으로 과대 포장해 그렇지 못한 이들을 질책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이는 곧 아이돌들의 건강 악화와 휴식, 회복이란 악순환의 연결고리로 작용하기에 지양해야 할 인식 중 하나다.
지금도 수많은 아이돌들이 잠 못 이룬 채 과도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이젠 '진짜' 지겹게 반복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