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임부회장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시간 단축 논의'에 대해 "노사정 대타협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배부회장은 23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24회 경총 포럼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지난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1주일 근로시간 한도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16시간 줄이는 '정무적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2015년 노사정 대타협의 핵심은 근로시간 단축의 전제로 산업현장에서 기업과 근로자가 모두 감내할 수 있는 연착륙 방안을 병행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직적인 노동환경 속에서 초과근로는 기업이 경기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며 "근로자도 초과근로 할증률이 국제노동기구(ILO) 기준(25%)보다 2배나 높은 우리 법제에서 초과근로는 근로자들의 추가소득이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양쪽의 입장을 고려해 2015년 노사정은 규모별 4단계 순차 도입과 1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 허용 등에 합의했다"며 "1주 근로시간 한도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한꺼번에 줄어들게 되면 노사 모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5∼8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식의 근로시간 단축은 대기업보다 중소·영세기업에 더 타격이 크다"며 "만성적 인력부족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납품물량과 납기일을 못 맞추고 인건비 부담에 허덕이다가 도산이나 폐업 상황에 몰리게 됨은 자명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총은 이날 포럼과 함께 '4차 산업혁명과 근로계약'을 주제로 '2020 노동시장 변화와 기업의 대응: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란 주제로 제2차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좌담회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과거 산업시대에 형성된 낡은 노동법제가 변화와 혁신이라는 시대적 흐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실에 주목, 그 대안과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허재준 선임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변화의 핵심은 직무와 업무방식의 현대화에 있다"면서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정부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응한 적합한 규제방식을 마련하지 못했고, 근로자들은 지나치게 수동적이었으며 노조는 장기적 이익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와 같이 패러다임 전환적 특성을 지니는 변환기에는 단기적 부정적 영향이 항구적인 것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정부, 기업가, 근로자 모두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욱 교수는 "노동의 개인화, 노동 공간과 시간의 분리, 사적 공간과 노동 공간의 경계 모호화, 노동과 고용의 글로벌화 내지 네트워킹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변화된 환경 하에서 모든 자에게 고용능력,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체제를 지향하면서 선제적으로 다양한 정책적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형준 경총 노동경제연구원 노동법제연구실장은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일하는 방식과 내용은 물론 기업 경영의 가치, 나아가 노동운동 및 노사관계의 근본적 토대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러한 요구는 지속적·유동적인 것이어서 끊임없는 수정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