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반년 가까이 계속되는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발이 묶여 경영은 안갯속에 빠진 지 오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뇌물죄'로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되면서 재계는 또 다시 경색되고 있다.
3일 검찰과 재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구속 이후 4일 첫 검찰조사를 받게 된다.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이 뇌물죄 혐의를 집중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결정적인 혐의는 뇌물죄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를 돕는 대가로 최순실씨와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총 298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적시했다.
법원은 "피의자 박근혜에 대한 주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밝혀 검찰에 힘을 실어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박 전 대통령 구속 수사에 삼성을 비롯한 SK, 롯데 등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7일 정식재판을 앞두고 있는 삼성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측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재단 후원금과 최순실 씨 등에 대한 지원금 등을 제공했을 뿐이라며 무죄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자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삼성과 이 부회장의 이런 주장이 법원에서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아닌가 내심 걱정하는 모습이다. 또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의 대질신문 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가 곧 유죄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각됐을 때와 비교하면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 만큼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도 포함됐다는 점에서 롯데, SK, CJ 등도 비상이다.
검찰은 지난 2일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해 조사했다.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해 대화를 나눈 인물이 신동빈 회장이라는 점에서 신 회장의 소환도 멀지 않다는 게 검찰 안팎의 예측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18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 등을 부인하고 있다. SK는 최 회장이 지난 소환조사에서 최순실 측을 지원한 자금에 대가성이 없었다는 것을 소명했다고 밝혔다. 롯데 측은 청와대의 요청으로 불가피하게 지원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계는 박 전 대통령 구속과 계속되는 수사에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경제 여건이 어려운데 사정당국 눈치 보느라 움츠러들어 피로감이 더해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한 재계그룹 관계자는 "지난 10월부터 이어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기업 경영활동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대내외적인 불확실성도 너무 많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파면으로 정치적 불안감이 해소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잠시였다"며 "이번 수사가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돼 기업들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