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1일 만에 귀환한 세월호의 모습은 처참했다.
잿빛으로 변한 선체는 곳곳이 망가진 채 뒤틀어져 곧 무너질 것만 같았다.
철제 인양줄에 할퀴어 길게 찢어진 갑판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마치 3년 간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미수습자가족과 유가족들의 가슴 속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가 돌아오면서 세월호 참사는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9명을 찾는 작업과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작업이 본격화된 것이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미수습자를 찾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후 진상 규명 작업 또한 지금까지 정부가 보였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임해야 더 이상의 비난을 받지 않을 것이다.
검찰은 이미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급변침(배의 항로를 급하게 바꿈)'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정작 급변침의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다.
또 참사 당일, 304명이나 되는 생명을 왜 구할 수 없었는지 그 이유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놓아줄 수 없다. 진실은 아직도 저 차가운 바다 밑에 잠겨 있기 때문이다.
진실을 인양하는 작업은 다시는 이처럼 끔찍하고 어이없는 참사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세월호가 돌아오자 일각에서는 또 다시 비용 문제를 들먹거리며 진상 규명을 방해하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상 규명을 방해하려는 이들에게 박민규 작가가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 언급한 말을 들려주고 싶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국민을 구하지 않은 '사건'이라고 말이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기 때문에 우리는 왜 배가 침몰했고, 왜 구하지 못했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은폐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진실도 알아야 한다. 이는 민주공화국에서 주권을 지닌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진실을 향한 촛불들은 다시 광장을 밝힐 것이다.
촛불은 '이게 나라냐'고 되묻고 분노했던 이들이 '이런게 나라다'라고 받아들이고 환호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