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역에서 불광역, 연신내역 거쳐 다시 응암역으로 오는 특이한 루프형 종점
-3호선 개통 뒤 일산·고양 개발되며 오히려 지역상권으로 축소돼
-6호선 개통되며 고층빌딩 들어서고 젊은이들 찾아들어 '새로운 활기'
지난 주말 오후 3호선과 6호선의 환승역인 연신내역 앞, 6번출구를 나서면 마주하게 되는 물빛공원에는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담을 나누고 있다. 공원의 또 다른 맞은편인 2번출구 쪽에는 재래시장인 연서시장을 찾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이곳이 서울 서북부의 대표적인 오래된 주거지역이자 노인 인구가 많은 곳임을 실감케 하는 모습들이다.
하지만 나머지 연신내역 주변지역의 모습은 전혀 딴판이다. 7번출구 쪽으로 통일로 대로변을 따라 고층빌딩들이 줄지어 있고, 안쪽에는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다. 4번출구쪽 너머로도 고층빌딩들이 나란히 들어서 인상적인 스카이라인을 만들어낸다. 연서시장 바로 뒤로도 고층의 주상복합빌딩이 들어서 있어 재래시장을 압도한다. 3번출구로도 넓은 부지를 차지하며 쇼핑상가가 들어서 있다.
연신내역 4번 출구 쪽에 들어선 고층빌딩들 /송병형 기자
이같은 대조적인 장면에는 지하철의 개통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지역은 3호선과 6호선의 개통에 따라 부침을 겪다 근래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이 지역은 예로부터 서울 서북부의 중심상권 역할을 하며 멀리 일산·고양이나 파주에서까지 손님이 모여들던 곳이다. 연서시장만해도 역사가 50년을 넘은 시장으로 한때 서울 서북부의 최대시장이기도 했다. 이러던 곳이 1980년대 후반 지하철 3호선이 개통하면서 첫 번째 변화가 찾아왔다.
3호선 개통 직후 편리한 전철을 이용한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가싶더니, 일산·고양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일산과 고양에 새로 들어선 대형 할인점에 오히려 손님을 빼앗기고 만 것이다. 이로 인해 이 지역은 불광동을 비롯한 은평구 인근 주민들만이 주로 찾는 곳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은 90년대 김영삼 정부시절까지 이어진다. 1994년 연초 정치인들이 찾아와 장바구니 물가를 확인하고는 '생활정치'를 외쳤던 곳이 바로 연서시장이다.
연신내역 인근은 은평 일대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 연신내역 인근이 이런 상황이니 불광역을 비롯한 다른 서울 서북부 지역 상황이 어떨지는 불문가지, 강북에서도 가장 개발이 늦어지게 된다. 이런 정체상황에 물꼬를 터준 것이 6호선의 개통이다.
통일로와 연서로가 교차하는 연신내 사거리 모습 /송병형 기자
6호선은 특이하게 종점의 형태가 작은 순환선을 이루고 있다. 응암역에서 올라온 6호선 전철이 역촌역, 불광역, 독바위역, 연신내역, 구산역을 지나 다시 응암역으로 돌아온다. 은평의 구석진 곳을 모두 돌며 주민들을 태우고는 상암동과 월드컵경기장, 마포 등 번화가에 내려준다. 또한 망원시장과 합정 등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도 연결해준다.
이 때문에 6호선 개통 소식이 알려진 후부터 은평 일대에는 새로운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특히 3호선과 6호선이 교차하며 곧장 마포와 상암으로 갈 수 있는 연신내역은 본격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가장 높은 건물이 5층에 불과했던 이 곳에 1995년 지상만 24층짜리 주상복합빌딩과 12층짜리 빌딩이 세워지기 시작했고, 이후 고층빌딩이 연달아 들어섰다.
단지 빌딩만이 아니다. 새로 젊은이들이 유입되면서 일대는 활기가 넘친다. 거리에서 만난 K씨는 "주거비가 비싼 마포를 떠나 이곳으로 왔다. 6호선만 타면 곧장 마포까지 갈 수 있어서 출퇴근에도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과거를 기억하는 한 택시기사는 "90년대까지만해도 변두리에 불과했던 이곳이 요즘에는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