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연극에 빠져든 연극학도는 낮에는 연극, 밤에는 틈틈이 주식을 공부해 경제방송 프로듀서(PD)가 됐다. 10년여 간의 경력을 쌓고 간판 프로그램의 잘나가는 PD로 성공가도를 달렸을 때는 IT분야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모두가 "왜?"라고 할 때 의외의 길을 선택하는 메이서티퍼스트(May 31) 임성광 대표(34) 얘기다.
◆잘나가던 방송PD, IT에 뛰어들다…시선 공유 플랫폼으로 '첫 걸음'
임성광 대표는 1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메트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누구나 세상을 바라보지만 그 시점은 제각각 다르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개인의 프레임만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심플한 소셜네트워크(SNS)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매일 증권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시장을 보는 눈도 생겼다. 친한 친구도 처음에는 말릴 정도로 주위에서 걱정이 있었지만, 임 대표가 PD를 그만두고 IT 업계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보다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방송 프로그램에서 팀을 짜는 것처럼 개발자, 서버 관리자, 디자이너 등 팀을 차근차근 세팅했다.
1년여 간의 시간이 흐르고 탄생한 애플리케이션(앱)이 '눈(NOON)'이다. 지난해 12월 메이서티퍼스트에서 출시한 이 앱은 위치기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선 공유 플랫폼이다. 쉽게 말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다이어리, 사진촬영 기술을 담아낸 서비스다.
'사람의 눈이 곧 카메라'라는 아이디어로, 60억개의 카메라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공유한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눈'에는 바라보는 것과 내리는 눈, 이중적 의미를 담았다. 보고, 담고, 쌓이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임 대표의 바람이 담겼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세계 각국의 여행지를 가면 추억의 장소에 'ㅇㅇ가 다녀감'이라는 낙서를 남기거나 오지를 갈 때 하얀 눈에 첫 발자국을 찍는 것처럼 눈 앱은 언제든 그 때 그 장소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임성광 대표는 "지금의 SNS는 '카페인 우울증'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일상에서 오히려 피로감을 주고 있다"며 "일상적인 삶도 특별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카페인'이란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 글자를 딴 약자를 뜻한다. 즉, '카페인 우울증'은 SNS를 보면서 타인의 행복한 일상에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느끼는 우울증을 말한다.
눈 다이어리 앱에서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처럼 '보여주기'식 허세가 존재하지 않는다. 몇 날 몇 시 어떤 장소에서 현재 본인 눈에 보이는 프레임이 고스란히 올라갈 뿐이다.
특허 출원도 했다. 눈덩이 기능과 인증 태그다. 눈덩이 기능은 같은 장소에 있는 사진들을 하나로 뭉쳐 보여준다. 그 공간을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또 '타임머신' 기능을 이용하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가령,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느낄 때 위치와 날짜를 검색하면 당시에 올렸던 사람들의 시선에서 그 때 그 현장을 볼 수 있는 식이다.
◆"앱 만드는데, 독립영화를 만든다고?"
임성광 대표는 PD 출신답게 독립영화라는 콘텐츠를 마케팅 방안으로 내세웠다. 지난달 14일 홍대 앞 KT&G 상상마당에서 '그녀, 세상의 빛'이란 작품으로 시사회 겸 제작발표회도 열었다.
임 대표는 "처음에는 대학교 영화동아리에 외주를 줬다가 영화가 엎어져서(영화제작이 좌절됐다는 의미) 직접 3일간 시나리오를 쓰고, 재촬영을 했다"며 "영화나 연극 등 문화콘텐츠를 기반으로 감성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상영한 영화의 풀 영상뿐 아니라 단일 프레임까지 향후 마케팅 소스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연내에는 일본 영화 시사회 겸 쇼케이스를 열고,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오는 2018년에는 '올림픽을 눈에 담아보세요'라는 프로모션을 열 계획이다.
향후에는 영화뿐 아니라 방송, 드라마와도 연계해서 단순히 하나의 앱이 아니라 모두가 보고 즐기고,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임성광 대표는 "메이서티퍼스트는 IT 회사가 아니라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며 "IT 전문가뿐 아니라 방송, 사진작가, 배우 등 각계각층 사람들과 협업해 지금 세대로부터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콘텐츠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각 분야의 강점을 살려 콘텐츠를 강화한 IT 기술로, 이목을 끌겠다는 전략이다.
이달 중 기획과 리뉴얼을 거쳐 오는 7월에는 보다 심플하고 직관적인 눈 앱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