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기를 칠 정도로 사업하면서 나쁜 짓 하지 않았다. '사기꾼' 취급받는 것은 인정 못하겠다. '매출 1조 회사'의 꿈은 아직 버리지 않았다.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하겠다."
한경희생활과학의 한경희 대표(사진)가 최근 사기 혐의로 피소된 것에 대해 어렵게 입을 열었다.
1999년 당시 스팀청소기·스팀다리미 등을 내놓으며 1000만대 이상을 판매한 그는 '주부 사업가'로도 불리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1세대 여성 벤처 기업인으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08년 당시 그를 세계에서 '주목할 만한 여성기업인 50인' 중 한 명으로 꼽은 바 있다.
창립 후 꾸준히 회사를 키워 2009년엔 975억원의 매출로 '1000억 신화'를 쓰는 듯 했던 한 대표와 그의 회사는 이후 유사 상품 등장으로 인한 경쟁 심화, 추가 간판 제품의 부재 등으로 2014년엔 600억원대 초반까지 몸집이 줄었다.
그러다 신제품 개발을 위해 미국에서 야심차게 진행했던 투자 실패와 최근엔 국내에서 투자금을 놓고 사기혐의로 피소를 당하는 등 고난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한 대표는 그동안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수 많은 미확인 소문과 인터넷을 흘러다니는 뉴스에도 대응하지 않고 담담하게 지켜보며 회사 재건에 힘써왔다. 그러나 '사기꾼'소리까지 듣는 것은 자존심과 양심이 용납할 수 없었다.
업계에 따르면 한 대표는 회사를 회생시키는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았다. 이 과정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문제가 불거졌다. BW는 미리 약정된 가격으로 발행회사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말한다. 기업들의 경우 장기자금 조달시 BW 발행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투자자가 새로운 주식을 발행할 의사가 없으면서 한 대표가 BW 인수계약을 해 돈을 가로챘다며 고소한 것이다.
한 대표는 "(투자를 받으며)BW를 발행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행 과정에서 상호간 BW에 대한 시각차가 큰 것을 확인하고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었다. 채무를 갚기 위해 협의하고 있는데 마치 (돈을 떼먹은)사기꾼이 된 것처럼 비춰져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소장을 받고도 두 달이 지났지만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은 적도 한 번 없다. 오히려 쌍방간 문제에 대해 합의·조정을 제안한 사안으로 사기죄가 적용되는 것도 무리다. 내가 오히려 명예훼손에 따른 법적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또 "투자자가 돈을 빌려주면서 BW를 이용해 회사를 적대적 인수합병(M&A)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 때 1000억원 가까이 갔고, 전 국민이 아는 브랜드를 가진 회사가 10억~20억원의 금액으로 M&A에 노출돼 본인으로선 온 몸으로 막을 수 밖에 없다면서 털어놓은 것이다.
그는 "외부의 또다른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채권단 움직임도 희망적이다. 구상중인 추가 아이템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한경희 브랜드에 많은 소비자들이 신뢰를 보였고, 지금도 믿고 있는 만큼 반드시 일어나겠다"고 강조했다.
거실에서 부엌으로 들어오며 그동안 소비자들의 가정을 위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던 그. 회사가 더 크기전 이같은 시련이 찾아온 것도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하며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재기를 다졌다.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어머니 집도 담보로 잡혔다. 나도 지금 전세를 살고 있다. 결국 회사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가성비 높은 제품을 만들겠다고 노력했던 것이 결국 돈은 되질 않았다. 앞으론 소비자들을 위한 양질의 제품을 만들면서도 선택과 집중을 위한 사업구조로 회사를 탈바꿈시켜나갈 것이다. 꼭 지켜봐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