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메모리 매각 본입찰이 19일 시행된다. 막판까지 여러 변수가 떠오르면서 인수 후보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4월말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도시바 경영진을 만나는 등 도시바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항상 통 큰 투자로 고비를 극복해 왔던 최 회장이 이번 M&A에도 승부사 면모를 어김없이 발휘할지 주목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2016년 9월 하이닉스 충칭 공장을 방문, 후공정을 통해 생산중인 반도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SK그룹
18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오는 19일 메모리 사업 매각 본입찰을 한다.
최근 도시바와 반도체를 공동생산하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국제중재재판소(ICA)에 매각중지 신청을 하면서 본입찰이 늦춰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도시바는 "19일 예정된 2차 입찰을 진행해 입찰 후보들에게 정당성을 설명,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 본입찰은 예정대로 실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수전이 불가피하게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본입찰 마감일인 19일 공식 중재 절차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양사의 입장 차가 커 중재 절차에 최대 1년까지 걸릴 수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주요 인수 후보는 SK하이닉스와 미국의 웨스턴디지털, 브로드컴, 대만의 훙하이정밀공업, 일본 금융권 컨소시엄 등 다섯 곳으로 추려졌다. 그러나 잇따른 변수에 SK하이닉스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손잡은 '미일연합'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관펀드의 자금이 도시바가 원하는 수준까지 모이지 않은 것이 이유로 꼽힌다. 또 웨스턴디지털이 국제기구에 중재를 신청하면서 인수전에서는 멀어졌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SK하이닉스 인수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베인캐피털와 컨소시엄을 꾸리고 본입찰을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베인캐피털 외에 KKR, 산업혁신기구, 웨스턴디지털이 함께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다양한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이 지난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기자단과 만나 "깜짝 놀랄 뉴스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언급하면서, SK하이닉스가 히든카드를 숨겨놨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사장은 SK하이닉스의 박성욱 부회장과 함께 SK그룹의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달 말 최태원 회장과 함께 도시바 인수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던 만큼, 그의 이번 발언엔 무게가 실린다.
무엇보다도 최태원 SK 회장의 의지가 강하다는 계 업계의 시각이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일본으로 건너가 도시바 경영진을 만나 지속적인 투자와 고용승계 등 상생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수가 많은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도 필요한 시간과 자금 등 장단기 영향을 모두 고려해 최종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