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연구팀이 수중 통신에서 데이터를 수신하는 역할을 하는 하이드로폰(음파수신기) 장비를 바닷 속으로 내리고 있다./ SK텔레콤
【인천=김나인 기자】 # 갑자기 서해에 재난 상황이 발생해 현장에 잠수사들이 투입된다. 바닷물의 혼탁도가 심하고 수심이 얕은 서해의 특징 상 상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 현장에 투입된 잠수사들이 실시간 해상 상황을 수중 기지국을 거쳐 해상 통신 부표로 문자와 사진으로 전달한다. 문자와 사진은 다시 위성·롱텀에볼루션(LTE) 통신망을 통해 지연 없이 육지의 컨트롤타워로 전달돼 해상 상황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이 호서대학교와 함께 구축하고 있는 기지국 기반 수중 통신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가능할 미래 모습이다.
지난 30일 오전 인천 남항 해상에서 서쪽으로 10㎞ 떨어진 해상에 뜬 '하나호'에서는 이러한 수중 통신기술 시연이 펼쳐졌다.
하나호가 무전기를 통해 하나호에 탑승한 기자단을 환영하는 '웰컴, 프레스(Welcome, Press)'라는 영문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요청하자 800m 간격으로 떨어진 수신배가 신호를 수집한다. 15~20초 후 하나호에 설치한 스크린에는 요청한 영문 메시지가 떴다. 음파에 LTE 주파수를 얹는 방식으로 타고 온 메시지다.
이어서 바닷속 수온, 염도, 조류속도 등 10여 가지 바닷 속 정보가 하나호로 전해지는 모습과 함께 고화질 컬러 사진 세 장도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모습도 눈앞에서 펼쳐졌다.
수중으로 전송된 데이터가 특수 장비(오실로스코프)를 통해 그래프 형태로 보여지고 있다. 뒷편으로 호서대 고학림 교수가 수중통신망 사업 개요를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SK텔레콤
이같은 SK텔레콤의 수중 기지국 기반 통신망은 ▲수중 센서 ▲수중 기지국 ▲해상 통신 부표 등 총 세 단계로 구성된다. 센서에 수집된 정보는 기지국을 거쳐 해상 통신 부표로 전달되고, 이 데이터가 다시 위성·LTE 등 통신망을 거쳐 지상으로 전송되는 구조다. 물속에서는 음파, 공기 중에서는 전파를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식이다.
고학림 호서대학교 교수는 "바닷속에 수중 기지국을 만드는 수중통신 방식 실증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며 "이번 시연을 통해 수중기지국에 집적된 각종 데이터가 수중 통신을 통해 해상부표 전달에 성공, 수중 기지국 테스트베드 조성을 위한 핵심 연구 단계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수중 통신 기술은 미국, 유럽, 중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관심 있게 개발·연구하고 있는 기술이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은 90년대부터 바닷속 통신 기술을 확보해 해양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해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바다 환경 변화 모니터링·국방 분야 등에 활용하고 있다.
'바닷속 통신 고속도로'에 비유되는 수중 기지국은 기존 음파를 활용한 1:1 통신과 비교할 때 변동성이 심한 수중 통신 환경을 극복하고 저전력·체계적 운용이 가능해 실시간·장시간 수중 관측이 가능하다. 바닷속 유선통신망과 비교할 때는 30% 이상 절감된 비용으로 구축·운용할 수도 있다.
향후 SK텔레콤의 수중 통신 기술은 ▲잠수함 탐지 등 국방용 수요 ▲수산 먹거리 안전을 위한 방사능·패류 독소 감시 및 적조 모니터링 ▲쓰나미·해저 지진 조기 경보 등 다방면에 쓰일 예정이다.
SK텔레콤 측은 "바다물의 해류·수온·염도·조류 속도·PH(수소이온농도) 등 빅데이터를 확보해 수자원 보호 및 해양 환경 연구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지국 기반 수중 통신 기술 개발은 해양수산부의 국책 연구과제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진행된다. 호서대와 SK텔레콤 외 13개 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호서대와 SK텔레콤은 기지국 기반 수중통신망 연구를 위해 올 10월께 서해안에 실험망(테스트베드) 구축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2020~2021년에는 실험망을 최종 완성한다는 로드맵을 설정했다.
양측은 오는 10월 수중 실험망의 기지국~해상부 간 통신망(백본망) 구축을 목표로 7월까지 실해역 측정, 9월 실증 시험 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또 내년에는 수중기지국과 수중센서간 통신시스템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박진효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SK텔레콤은 현재 재난망(PS-LTE), 철도망(LTE-R), 해상망(LTE-M) 및 수중망(DUMCN)에 대한 독립적 설계 및 연동 설계 기술 능력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며 "센싱 기반의 IoT 망 설계 최적화 경험을 최대한 활용해 수중 통신망의 설계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