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 변호사의 사건 뒷 이야기] 저축은행 사태 ②
우선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기 위해선 후순위사채권자의 지위를 배당순위에서 말그대로 후순위인 후순위사채권자가 아닌 다른 일반채권자와 동일하게 배당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지위로 만들어야 하고 만약 소송을 통해 후순위채 자체가 아닌 손해배상청구권이라는 일반채권으로 변환시킨다면 피해자들이 다른 일반채권자와 동일한 순위로 배당받을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손해가 회복될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저축은행이 파산했는데 승소해도 나올 돈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선배 변호사들은 사건의 적극적인 수행에 매우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일반 기업과 달리 은행이 자기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대출을 받는 일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선순위 파산담보권자 없이 일반채권자들만 있으므로 소송에서 상당비율 회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물론 훨씬 낮은 파산배당률을 보였던 저축은행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손해배상소송이 종결될 즈음 삼화저축은행의 파산배당율은 70% 정도였고 여기에 최종적인 판결에 있어서 투자액의 약 70% 정도를 배상하라고 판결이 났으니 그 회수율은 50%(배당율 70% * 배상율 70%) 정도였고 살아 있는 일반 금융기관에 대한 불완전판매 판결에 따른 회수율이 피해액의 20 내지 30% 정도에 그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결론적으로 필자의 소송을 통해 피해자들의 피해는 상당히 회복된 것이었다.
다만 소송 제기 당시에는 이러한 파산배당율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도저히 알 수 없었고 '부실하니 파산되었고 결국 회수될 것이 없지 않느냐'라는 불안감이 소송 내내 압박감으로 작용했다.
더구나 이 소송은 저축은행 파산 관련 파산법리, 분식회계에 따른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BIS 자기자본비율 등의 허위기재를 원인으로 한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위반 등의 법률문제가 어지럽게 혼재되어 있었고 거기에다가 BIS 자기자본비율 및 대손충당금 등 매우 실무적인 금융지식과 회계지식이 필요한 사건이었다.
이에 필자는 소송 제기 전 삼화저축은행의 앞으로의 파산경과, 흐름 등을 예상해 보고 위와 같은 법률문제 등을 심도 있게 분석해 보았으며 2011년 5월경 삼화저축은행의 대표이사 등이 불법대출 등을 원인으로 한 횡령, 분식회계 등으로 기소가 되어 승소가능성을 점칠 수 있었다.
이윽고 2011년 6월초 1차 소송으로 24명의 후순위사채 투자자들이 필자를 소송대리인으로 하여 삼화저축은행, 부실감사를 이유로 외부감사 회계법인, 금감원 등을 피고로 하여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호기롭게 시작한 사건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소송에서 주된 쟁점이 되는 삼화저축은행의 분식회계에 대해서 정확한 공소장을 입수하지 못한 채, 분식회계 등이 기재된 기소 내용이 담긴 기사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소 제기 후 확보한 위 공소장내용을 확보해 보니, 분식회계기간이 문제된 후순위사채 발행판매시점 이후로 기재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해 분식회계된 감사보고서의 공시 후 투자자들이 그 분식회계 사실을 알지 못하고 후순위사채를 취득해야 이른바 손해배상의 인과관계가 성립되는데 위 공소장 내용대로라면 분식회계된 감사보고서 공시 시점 이전에 후순위사채가 판매된 것이어서 분식회계와 후순위사채투자 간의 시간적 인과관계가 부정되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우연히 문제된 다른 저축은행의 공소장 등을 확보해보니, 분식회계 공시 후 해당 저축은행의 후순위사채가 판매되었고 위 저축은행 임원들에 대해서 분식회계로 인한 외부감사법률위반뿐만 아니라 후순위사채 판매에 대한 사기 및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행위로 기소되어 있어서 다른 법무법인이 진행하는 위 은행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은 매우 쉽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이에 따라 필자는 제1차 소송자들을 대리하여 기존에 횡령, 배임으로만 기소된 삼화저축은행 전 대표이사 등을 후순위사채 판매에 대한 사기 및 사기적 부정거래로 고소하였는데 이러한 고소를 통해서 유리한 형사결과를 얻어 민사사건에서 유리한 고지를 얻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무혐의, 이에 대해서 다시 항고 그리고 어렵게 얻어낸 수사재기명령, 그리고 마침내 위 대표이사는 고소한지 3년만에 다시 위 죄로 기소되었는데 위 고소를 대리한 필자는 그 과정에서 마치 지옥과 천당을 왔다갔다 하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