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의 장관급 부처 격상을 위한 발걸음이 '8부 능선'을 넘었다.
지난 5일 당정협의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중기청을 '중소벤처기업부'(중소벤처부)로 확대·개편하고 이를 위한 정부조직법을 이달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키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장을 차관→장관으로 올리고, 부처의 이름만 바꾸는 '무늬만 개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로 탄생할 중소벤처부가 창업→성장→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튼튼한 성장사다리를 놓고, 부처간 흩어져 있는 기능과 역량을 효율적으로 조정·배분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위해 출범 초기부터 조직 밑그림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 중앙부처의 정책을 수족처럼 집행하는 산하기관 조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소·벤처기업이 연구개발(R&D)과 글로벌화를 위해 절실히 필요한 코트라(KOTRA)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연)을 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아닌 신설 중소벤처부가 관장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6일 정부와 중소기업계 등에 따르면 새로 생길 중소벤처부는 장관, 차관 외에 1급 실장 자리인 기획조정실, 중소기업정책실, 창업벤처실의 3실로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여기에 국장급인 소상공인정책국과 8개 정책관을 두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차관급인 청장 1명과 1급인 차장 1명 등으로 구성된 현재의 중기청에 비해선 몸집이 대폭 커졌다.
그러면서 산업부가 갖고 있는 산업인력·지역산업·기업협력 등 산업 지원 기능,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이던 창조경제, 금융위원회의 기술보증기금 관리 기능도 신설 중소벤처부로 이관할 예정이다.
한국중소기업학회장과 세계중소기업협의회장을 맡았던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우리나라 정부부처는 기능별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중소벤처부는 (부처별)정책조율을 하는 콘트롤타워 기능이 필수다. 이를 법률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을 역임한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은 아예 차관급의 정책조정관 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중기청 업무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공장을 하나 지으려고해도 국토부, 산업부 등과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제시된)조직상 어디를 봐도 조정기능이 없다. (중소벤처부)차관이 차관회의 들어가서 일을 한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다. 자칫 껍데기만 '청'을 '부'로 바꾸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행정자치부가 전날 제시한 중소벤처부 기구도에 따르면 1급인 기획조정실(기조실)에 국장급인 정책기획관을 두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부처의 기조실은 기획재정부와 관련한 예산이나 법률 처리 등을 위한 국회 업무가 대부분이다. 중소벤처부의 기조실 업무를 타 부처의 기조실과 같이 규정할 경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산하기관 조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전날 내놓은 논평에서 "중소벤처부 신설로 중소기업계의 숙원이 이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산업정책은 산업부로, 기업정책은 중소벤처부로 이원화돼 있어 중소기업이 2개 부처를 상대해야하는 혼란스러움이 예상되고, 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KOTRA 등 산하기관 조정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문겸 원장도 "중소벤처부를 만드는 것은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의 글로벌화를 돕겠다는 목적이 가장 크다. 이런 차원에서 KOTRA와 생기연은 산업부가 아닌 중소벤처부 산하로 옮겨야 한다. 실제 KOTRA와 생기연의 주 고객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라고 덧붙였다.
정책을 생산하는 '몸통'만 커졌을 뿐 실제 기업들과 접촉하며 일을 하는 '수족'은 반쪽만 갖추는 꼴이라는 것이다.
김기찬 교수는 "중소벤처부는 예산을 받아서 복지처럼 쓰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혁신과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돼야한다. 그런 차원에서 중소벤처부는 가장 '기업가 정신'이 뛰어난 부처이면서 '시장 마인드'가 살아있는 부처가 돼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