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각 부처 장관 및 차관 내정이 지연되면서 국정 과제 수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고위 당·정·청 회의 후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및 산업통상자원부 내 통상교섭본부 설치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18부·5처·17청 체제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8일 기준, 신설될 중소벤처기업부를 제외한 17개 부처 중 기획재정부, 외교부, 국토교통부, 행정자치부, 해양수산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6곳을 제외한 11곳은 새 장관 후보자 내정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이중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등 5곳은 장관과 차관 둘 다 지명하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장·차관 인사로 문재인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지만, 청와대는 고위공직자 인사 '5대 원칙'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전체 부처가 새 장관들로 채워질 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각 부처 공무원들은 매일 야근을 하는 등 국정 과제 밑그림 작업에 한창이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고 일을 진두 지휘해야 할 수장들이 없기 때문에 업무 추진 속도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인 일자리 정책 수립을 담당하는 고용부는 장·차관 인사가 아직 진행되지 않아 업무 추진에 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다.
국가 재정과 경제를 운용하는 기재부는 최근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 편성을 겨우 끝냈다. 하지만 올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과 내년도 본예산 등 해야 할 업무가 산적한 데도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채택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 또한 문 대통령 공약인 대입 수능 개편안,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장관 후보로 거론된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에 대한 검증이 청와대 내부에서 다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장관이 내정된 행정자치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4개 부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는 14일과 15일로 내정된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최근 장관 내정자와 관련된 의혹들을 반박하는 자료를 챙기는 등 청문회 준비에 더욱 열중하는 모양새다.
문체부는 이날 최근 불거진 도종환 장관 후보자의 역사관과 관련해 "청문회를 통해 충분히 해명하려고 했으나,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언론과 SNS를 통해 퍼지고 있어 설명을 드리려 한다"며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한편, 일부 부처는 장·차관 내정 지연 부담 속에서도 최근 불거진 현안 해결을 위해 전 부처 직원들이 총력을 쏟고 있다. 특히 최근 가뭄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라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와 환경부, 국민안전처 등은 방역활동 및 대책 마련에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차기 장·차관 인사 내정이 늦어지고 있지만 우리 부처 같은 경우에는 AI 확산 방지와 가뭄 대책 마련에 정신이 없다"며 "현재 기존 장·차관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만큼 현안 해결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농림축산식품부 김재수 장관이 AI 검역방역대책 추진상황 업무보고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현재 신임 장관, 차관 인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