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적자를 면하나 했는데, 또 다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새 정부가 통신 기본료 폐지를 필두로 가계통신비 인하에 시동을 걸면서 알뜰폰(MVNO)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비 인하 방안에 대한 정부 측 압박이 가속화면서 기본료 폐지에 따른 알뜰폰 활성화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알뜰폰은 가계통신비 인하 방침의 하나로 지난 2011년 공식 도입됐다. 이동통신시장을 활성화 해 가계통신비를 낮추겠다는 목표에서다. 알뜰폰은 지난 4월 기준, 가입자 707만명을 넘어서며 전체 이동통신시장에서의 비중이 12%에 육박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 경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SK텔링크, CJ헬로비전 등 38개 사업자가 서비스 중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알뜰폰은 공론화된 적이 없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 되레 역풍이 불까 알뜰폰 진흥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알뜰폰 활성화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8대 통신비 인하 공약에 포함되지 않아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상황에서 통신비 기본료 폐지가 현실화 될 경우 이동통신 3사뿐 아니라 알뜰폰 업체의 가격경쟁력이 사라지며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가능성이 가장 높은 2G~3G 요금제 기본료(1만1000원)가 폐지되면 알뜰폰 업계의 요금제와 별다른 가격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알뜰폰 가입자의 75.3%는 2G, 3G 가입자가 대다수다. 최대 무기였던 알뜰폰의 가격경쟁력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비슷한 가격차이라면, 알뜰폰보다 브랜드 파워와 서비스가 잘 갖춰진 이동통신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생존을 위해 '제 살 깎기' 경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진다. 최근 알뜰폰 업계 1위인 헬로모바일은 이동통신 3사의 선택약정보다 할인율이 2배에 이르는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소비자가 단말기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택할 경우 2년간 매월 요금 최대 40%를 깎아주는 프로그램이다. 이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파격적인 요금할인과 서비스가 알뜰폰 업계의 적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알뜰폰은 '가계통신비 절감의 일등공신'으로 꼽히지만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상당수의 알뜰폰 사업자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낮은 통신 요금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알뜰폰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는 1만5000원 수준으로 이통3사 평균 3만5000원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알뜰폰 사업자의 적자는 2013년 908억원, 2014년 965억원, 2015년 511억원, 지난해 31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망 도매대가 인하와 전파 사용료 면제가 나온다. 오는 9월에는 전파사용료 감면 기한이다. 이미 두 번 정도 감면 기한을 연장해 올해도 연장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업계에서는 기본료가 폐지돼도 망 도매대가를 같이 인하하면 알뜰폰 업계의 숨통이 트인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1만원의 요금제를 내놓는다고 하고 이동통신사에 줘야 하는 도매대가가 5000원에서 3000원으로 낮아지면 남는 수익으로 1만원 보다 낮은 가격인 6000원 내외의 요금제를 출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의 기본료가 없어져도 망 도매대가를 함께 인하하면, 또 다시 이동통신사 대비 반값 요금제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동통신사는 망 도매대가를 인하하고,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에 대한 지침이 나와야 알뜰폰도 그에 따른 움직임을 낼 수 있다"며 "기본료가 폐지돼도 도매대가 인하를 같이 하면 좋은 것 같다는 의견만 내고 있지만, 지금 당장은 확실한 것이 없어 지켜보고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10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이전보다 개선된 통신비 인하 방안을 보고 받았지만 "아직 미흡하다"며 내주 중 추가 보고를 받기로 했다. 내주 미래부 업무보고를 진행해 기본료 외 통신서비스 전반에 대한 보편적인 인하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