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네 번째 통신비 인하 대책을 보고했다. 미래부는 앞서 국정위에서 여러 번 퇴짜를 맞은 만큼, 이날 업무보고는 실현가능한 통신비 인하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돼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정기획위 측은 이날 보고 내용을 토대로 통신비 인하 이행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19일 국정위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통신비 인하 방안에 대한 미래부의 네번째 보고를 받았다.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이개호 위원장은 업무보고에 앞서 "문재인 정부 시대 통신료가 합리적으로 책정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통신비 공약 이행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도 함께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기본료 문제는 2G와 3G 이외에 정액요금제에 기본료에 해당하는 요인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데이터 이용료를 보편적으로 인하하는 방안과 공공 와이파이 확충에 대해서도 통신 3사의 자율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국민 부담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 대부분이 체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국정위는 조속한 시일 안에 통신비 인하 이행 방안과 추진 일정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우선 당장 이행 가능한 방안, 내년에 할 일, 그 이후의 과제들을 단계별로 정리해서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통신비 인하를 위해서는 주무부처인 미래부의 노력과 통신 3사의 자발적 참여, 통신 소비자인 국민의 이해와 납득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란의 중점에 있는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는 중장기적으로 접근하고, 공공 와이파이 확충 등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은 단기적인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래부는 이날 보편적 통신비 인하 방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국정위에 통신비 인하방안이 포함된 업무보고를 했지만 사실상 '퇴짜'를 맞으며 '사수'를 하게 됐다.
갈등을 빚고 있는 지점은 통신 기본료 폐지 문제다. 국정위는 기본료 폐지를 고려하고 있지만, 미래부는 기본료 폐지에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기본료 폐지를 두고 업계 간 다양한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기본료 폐지로 알뜰폰 사업자, 이동통신 유통업계, 스마트폰 시장 등 생태계에 도미노 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생계와 산업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통사뿐만 아니라 알뜰폰, 통신유통업계 등 반발이 커지며 한바탕 진통을 겪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 할인율 확대 ▲보편적 데이터 요금제 신설 ▲분리공시 도입 ▲공공 와이파이 확대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선택약정 할인율 확대(현행 20%에서 25%로 확대)와 분리공시 도입이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20% 요금할인은 단말기 지원금(보조금)을 받지 않는 가입자에게 이에 상응하는 통신비 할인을 제공하는 제도로, 2014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다. 할인 비율은 12%에서 2015년 20%로 상향조정했다.
정부가 선택약정제 상향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통신 기본료 폐지에 비해 고시 개정만으로 추진할 수 있어 절차가 간편하기 때문이다. 고시에 따르면 요금할인율은 가입자당 월평균 지원금을 가입자당 월평균 요금으로 나눈 비율에서 5%포인트 범위 내에서 가감해서 정할 수 있다. 국회에서 개정해야 하는 법과 달리 고시는 미래부 장관 재량으로도 개정할 수 있다.
다만, 이동통신 업계는 25% 요금할인 도입 시 연간 매출 손실액이 최소 5000억원 이상 발생하는 등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반발하고 있어 도입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단말 지원금에서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재원을 분리해 공개하는 분리공시에 관해서는 삼성·LG전자가 각각 반대 또는 조건부 찬성으로 입장이 갈려 일정 부분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편적 데이터 요금제 출시 또한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얘기가 나오는 요금제는 300메가바이트(MB)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현행 3만원대 데이터 요금제보다 1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에 데이터 1기가바이트(GB)를 기본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이날 보편 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보고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신경민, 고용진 위원 등이 참석했다. 국회가 미래부와 국정위의 통신요금 인하를 둘러싼 논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자 중재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미래부의 통신비 인하 방안 보고 자리에 국회가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래부에서는 김용수 제2차관을 비롯해 양환정 통신정책국장, 최영해 전파정책국장이 참석했다.
고용진 의원은 "기본료 폐지에 이동통신 3사 저항이 만만치 않아 통신원가나 가입자당매출(ARPU) 등을 구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보고 내용을 들어보고 향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