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이르면 오는 22일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 최고경영자들과 만난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방향에 대한 동의를 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 첫 시동으로 일감몰아주기를 정조준했다. 이미 45개 대기업집단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위반혐의가 발견되면 직권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재계는 김 위원의 이 같은 태도에 안도를 하면서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19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대한상공회의소 주선으로 이번 주 내에 4대 그룹과 공식 미팅하겠다"며 "재벌개혁을 몰아치듯이, 때리듯이 진행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분명히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공정위가 지난주 금요일(16일) 실무부서에 4대 그룹 전문경영인과의 간담회를 요청해 현재 조율 중"이라며 "오는 22일 또는 23일 중 한 날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계는 김 위원의 갑작스러운 간담회 제안에 그간 문 정부가 강조해온 협치라는 점에서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4대 그룹 관계자는 "기업과 소통에 나서겠다면 환영할 일"이라면서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자리라는 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기업을 경제민주화의 파트너로 말했지만 추후 열린 간담회에서는 협치보다 문 정부의 재벌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에 대해 암묵적인 동의를 요구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기업들은 특히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집중 단속에 불안감을 보였다. 조사 대상 기업 수와 위반 행위의 범위에 있어 역대 최대 수준으로 4대 그룹, 10대 그룹 등 기업규모와 관계없이 전방위적으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그룹의 경우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조사에 부담이 더 크다. 김 위원장은 내정자 시절 "4대 그룹 사안은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내부거래 점검 대상에 삼성 3개, 현대차 12개, SK 3개, LG 2개 계열사가 각각 포함됐다.
4대 그룹 관계자는 "현행법 테두리에서 공정위 재량으로 실태 조사를 강화하고 과징금을 높이면 되기 때문에 공정위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누가 첫 타깃이 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현행법 내에서라고 말했지만 법이라는 게 해석하고 집행하는 주체에 따라 적용 범위가 넓어지기도 하고 강도가 세 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일부 기업의 경우 공정위 발표 전 선제적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마다 상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대안 마련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4대 기업을 시작으로 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감시가 점차 수위를 높여 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김상조 위원장이 수위 조절을 하며 4대 기업을 집중적으로 말하지만 결국에는 기업 전반으로 높은 행보를 취할 공산이 크다"면서 "앞으로 기업 활동 전반이 위축될까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