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5년 만에 SK그룹의 효자로 성장한 SK하이닉스가 재도약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자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를 분사하고,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출범시켰다. 또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2012년 SK그룹에 편입 후 최태원 회장의 과감한 투자에 힘입어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이번 사업 재편과 인수합병(M&A)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는 물론 명실상부 그룹의 대표선수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로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 100% 자회사의 SK하이닉스시스템IC 출범시켰다. 실질적으로는 3일이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출범 첫날이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번 자회사를 설립했다. 지난 5월 24일 이사회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 양도건을 의결한 바 있다.
초대 대표로는 김준호 SK하이닉스 경영지원총괄(사장)이 맡았다. 김준호 신임 사장은 1957년생으로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2004년 SK에 합류해 SK㈜윤리경영실 부사장, SK에너지 윤리경영실 부사장, SK에너지 CMS 사장, SK텔레콤 GMS(글로벌 매니지먼트 서비스) CIC 사장,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센터 총괄본부장(부사장), SK하이닉스 경영지원부문장(사장) 등을 거쳤다.
김 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고교(신일고), 대학(고려대) 동창이다. 최 회장은 이번 신설법인에 사장급 인사를 맡김으로써 신설법인에 힘을 실어주고 전격적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지난달 30일 모회사로부터 청북 청주 사업자 소재 M8 공장과 제반 시설을 양도받았다. 신설법인의 총 직원수는 약 1300명 수준으로 사무직이 300명, 나머지는 생산직으로 구성된다.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 중 파운드리 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메모리 반도체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이 조명되면서 비메모리 수요는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사업부 독자 경영을 통해 적극적으로 고객사를 확보하는 등 시장 점유율을 넓히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한미일 연합으로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낸드플래시 사업 강화에도 나선다.
앞서 도시바는 지난달 21일 이사회를 열고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일연합 컨소시엄을 매각 입찰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한미일연합은 일본산업혁신기구와 베인캐피탈,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 SK하이닉스도 포함돼 있다. 인수금액은 20조원 가량으로 SK하이닉스는 3조원을 들여 지분의 15%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 인수에 SK하이닉스는 재무 투자자로 참여하는 만큼 경영권은 일본이 가져가게 된다. 하지만 낸드플래시 원천 기술을 보유한 도시바와 다양한 협력 관계를 가지게 되면서,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D램 분야에 있어서는 삼성에 이어 글로벌 2위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하지만 낸드플래시 부문에 대해서는 삼성,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 등에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인수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업계는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2위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사업 재편과 M&A로 그룹 내 입지도 탄탄해질 전망이다.
지난 2011년 SK그룹 인수 당시 SK하이닉스는 승자의 저주로도 불렸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2767억원으로 SK이노베이션(3조2283억원)과 SK텔레콤(1조5357억원)을 모두 제치며 효자로 거듭났다.
올해 역시 반도체 시장 호황 속에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2조4676억원으로 분기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2분기 영업이익 역시 2조8713억원으로 또 한번 분기사상 최대실적을 쓰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도시바 인수 의지 표명, 파운드리 사업 분사 등 굵직한 의사 결정은 SK그룹 내에서 SK하이닉스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결정이나 도시바 인수 모두 기업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