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불륜. 경계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지극히 주관적이다. 오죽하면 "자기가 하는 건 뭐 로맨스고 남이 하면 다 불륜이다"는 말이 있을까. 거품 우려가 커진 주식과 부동산에서 때때로 이런 논란이 벌어진다. 내가 하면 투자이고 남이 하면 투기가 되는 것. 실제 투자와 투기이 경계선은 없다. 법적 판단도 쉽지 않다.
자고 나면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는 코스피 투자자들의 심리는 사랑일까 불륜일까. 국내총생산(GDP)이나 수출, 주택·채권시장 등에 비춰 본 한국 증시는 투기 보다 투자측면이 강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특히 삼성전자의 힘이 코스피를 더 끌어오릴 것이다"고 분석한다. 또 반도체 시장의 '슈퍼 사이클(초장기 호황)' 효과로 250만원대에 올라선 삼성전자가 코스피의 상승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13일 코스피는 2409.49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다. 삼성전자의 힘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사상 최고가인 252만80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330조3300억원을 기록했다.
GDP 대비 코스피 시가총액 비율로 볼때 상승 여력은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이 비율은 93.4%로 2000년 이후 중간값인 78.1%보다 15%포인트 높지만 사상 최고 수준인 97.3%보다는 낮다. 보통 주식시장은 기업의 미래 가치와 경제 상황을 선반영하기 때문에 주식시장 시총이 경제 규모에 근접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상장사들의 전망이 밝다는 방증이다. 2007년과 2010년 시총과 명목GDP가 근접한 직후 두 번 모두 다음해 지수가 하락한 것은 금융위기 등 외부 변수 영향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한국경제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다.
GDP를 통해 주식 시장의 가치를 가늠해보는 방법은 워렌 버핏에 의해 유명해졌다. 신한금융투자 안현국 연구원은 "워렌 버핏은 시장 전반의 가치 대비 주가(밸류에이션)을 판단하기 위해 시가총액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에 비교하는 방법을 가장 훌륭한 방식으로 평가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금액 대비 시총 비율도 현재 255.7%로 사상 최고인 293.5% 대비 40%포인트 가량 여유가 있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6.7%, 3분기 -5.0%에서 4분기 1.8%로 플러스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올해 1분기 14.7%, 4~5월 18.8% 등 두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주택시장이나 채권시장과 비교해도 코스피는 고점까지 여유가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국내 주택 시가총액은 3732조원이다. 현재 1500조원 안팎인 코스피 시가총액을 크게 웃돈다. 안 연구원은 "주택 시총 대비 코스피 시총 비율은 현재 39.5%로 사상 최고였던 2010년의 40.6%까지 1.1%포인 남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채권시장 대비 주식시장의 매력도를 나타내는 일드갭(Yield Gap·주식 기대수익률과 국채 수익률의 차이)도 현재 8.2%포인트로 2007년 이후 중간값인 7.2%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버핏의 눈으로 비춰본 코스피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삼성전자를 뺀 코스피는 아직 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코스피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12월 1일부터 전날까지 지수가 1983.48에서 2391.77로 408.02포인트(20.57%) 오를 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변하지 않았다면 코스피는 235.47포인트 올라(11.87%) 2218.54가 됐다. 다른 대형주들도 올랐지만 삼성전자가 상승하며 172.55포인트(8.70%)만큼 지수를 더 끌어올렸다는 이야기다.
추가 상승 가능성도 삼성전자에 달린 셈이다. 김준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다른 대형주들도 올라 삼성전자 지수기여도가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삼성전자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며 "시가총액이 25% 정도여서 주가가 10% 오르면 코스피는 2.5% 오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맥쿼리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15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삼성전자의 주가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전망대로라면 주가 300만원도 싸 보인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8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렸다. NH투자증권(290만원→310만원)과 동부증권(300만원), 한화투자증권(310만원), 유진투자증권(300만원), SK증권(320만원) 도 300만원대를 제시했다. 앞서 노무라증권가 목표주가를 270만원에서 330만원으로 올린바 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내년에 연간 6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글로벌 반도체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