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참여하고 있는 한·미·일 연합과 도시바간 도시바메모리 인수 계약 협상이 두 달째 답보 상태에 빠졌다.
우선협상자와 협의가 길어지면서 새로운 후보까지 거론되자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의결권 비율을 줄이거나 포기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고 새 판짜기에 나섰다.
의결권 취득이 기술유출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하는 도시바를 자극하면서 인수 걸림돌로 작용하자 SK하이닉스가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매각을 둘러싸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미·일 연합의 SK하이닉스가 지금까지 주장해온 전환사채(CB)를 통한 지분 취득 비율을 줄이거나 최대 포기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하고 있는 한·미·일 연합과 도시바간 도시바메모리 인수 계약 협상이 길어지자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의결권 비율을 줄이거나 포기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고 새 판짜기에 나섰다./pixabay
도시바는 지난 6월21일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을 우선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일본 욧카이치 반도체 공장을 공동운영하고 있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매각 방해와 SK하이닉스의 지분 전환 조항이 알려지면서 두 달이 다 돼가도록 교착 상태에 빠졌다.
도시바와 WD는 분사된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을 두고 미국과 일본 지역에서 총 5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은 WD의 매각금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중재안으로 도시바가 메모리 사업부 매각 완료 2주 전에 WD에 이 사실을 통보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도시바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매각금지 여부는 ICC 국제중재재판소로 넘어갔다. 통상적으로 국제중재판소에서 결정이 이뤄지기까지 약 1년에서 2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매각 작업 지연에 따른 도시바의 상장 폐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도시바는 미국 원전 사업 관련 대규모 손실로 인해 하루 빨리 회생 자금 마련을 위해 매각에 속도를 내야만 하는 처지다. 이에 내년 3월까지 반도체사업을 매각한다는 목표였다.
도시바는 이른 시일내 WD와의 법정 다툼을 마무리할 수 있는 절충안 마련을 위해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 미국의 WD 등 다른 매수 희망자와 논의를 벌일 가능성이 계속해 제기되고 있다. WD가 낸드플레시 메모리 반도체 경쟁 업체인 SK하이닉스의 지분 참여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바 역시 SK하이닉스가 당초 자금 대출 역할에 그친다고 봤던 일본 내에서 의결권 요구 사실이 알려지면서 강한 거부감을 표시한 바 있다. 여기에 반한 감정이 더해지면서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취득은 인수의 최대 걸림돌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의 의결권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대안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 도시바가 중화권으로 매각되는 것만은 막아야 하는 SK하이닉스로선 결국 선택지가 없게 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에 나섰다는 점에서 기술을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절대적이다. 당장은 의결권을 포기하고 융자 형식으로 인수에 참여한다고 해도 향후 지분 인수를 통한 경영권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기술이 목표라면 재무적투자자(FI)는 의미가 없는 만큼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향후 의결권이 확보되지 방식으로라도 지분 인수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