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5일(현지시간) 새 대북제재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정부가 독자제재 방안 마련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이다.
7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2차 도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정부 차원의 독자제재 검토가 시작됐지만 제재 카드가 마땅치 않은 데다 자칫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따라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면 그 직후에 독자제재 방안을 발표해왔다.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지난해 11월 30일 안보리 제재결의가 채택되자 이틀 뒤에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 북한 정권의 핵심 인물과 기관을 무더기로 정부의 금융제재 대상에 올리는 식이었다.
이번에도 독자제재 방안 검토는 안보리 제재결의 채택 전부터 시작됐다. 북한의 ICBM급 심야 도발 직후인 지난 달 29일 새벽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필요하면 우리의 독자적 대북제재를 하는 방안도 검토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단절된 마당에 실효성 있는 조치를 찾아내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북한의 개인과 기관에 대한 금융제재를 확대할 수는 있지만 대상자들이 한국 금융기관과 거래하거나 한국 내에 자산을 보유한 것이 아니어서 실질적인 제재 효과를 내지 못한 채 상징적인 조치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독자제재 방안이 자칫 제재의 효과는 별로 없으면서 꽉 막힌 남북관계에 한층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정부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제재 속에서도 남북관계 복원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 기조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라 섣불리 독자제재 카드를 꺼내 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단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 결의가 이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시간을 두고 독자제재 방안 마련을 계속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한국과 미국, 일본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3국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신규 대북제재 결의(2371호) 채택 이후의 대응 방안 등 향후 대북정책을 조율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한국시간 이날 낮 1시 10분께 미국 대표단 숙소인 마닐라 소피텔에서 업무 오찬을 겸한 3자 회담을 진행했다.
세 장관은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도발에 대한 상황 평가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강 장관은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한 뒤 전날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대면과 관련해 "대북 군사회담 및 적십자회담 제안을 적극 호응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