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한 휴대폰 판매 대리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동통신사, 제조사, 휴대전화 유통판매점 등 3각 체제로 이어진 이동통신 시장이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완전 자급제, 분리공시제 도입 등 시장 판도를 뒤흔들 강력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오는 9일 선택약정 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로 인상하는 안과 관련,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입장을 수렴하고 이달 내 행정처분 결과를 공문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이동통신사들은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으로 인한 통신비 경감에 따라 실적 추락이 불가피하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행정처분 결과에 따라 이동통신사들은 대형 로펌과 접촉하며 행정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의견 수렴 후 어떻게 결론이 나오느냐에 따라 대응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며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택약정이란, 지원금 혜택에서 소외된 이용자에게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등 혜택을 제공해 이용자 차별을 해소하고 선택권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과 함께 도입됐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5%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시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정부의 방침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동통신사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할인율을 조정할 수 있는지 여부와 5%포인트 인상에 대한 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고시에서 명시된 산정된 할인율에 100분의 5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은 최종 할인율의 95~105% 이내에서 결정하라는 뜻이지, 최종 할인율에서 5% 포인트를 더하거나 빼라는 뜻이 아니라고 이통사들은 주장한다.
즉, 현재 20%의 할인율에 적용하면 정부가 조정할 수 있는 범위는 15~25%가 아니라 19~21%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5%를 가감할 수 있어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가에서는 오는 9월 시행 목표로 추진 중인 선택약정 할인율 조정이 현실화되면 연간 약 3조2000억원의 매출 감소와 직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선택약정 할인 가입자 비중이 현재 27% 수준에서 40%로 늘어날 경우 추정 매출 감소폭은 연간 약 1조원 수준으로 대폭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약정할인율 상향, 보편요금제 추진 등은 하반기 통신업체 실적과 주가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라며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통신비 인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도 최근 이동통신 시장에 떠오른 '뜨거운 감자'다. 업계에 따르면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조만간 국회에 발의될 예정이다. 휴대전화 판매는 제조사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은 이동통신사가 담당하는 구조로, 이를 통해 이동통신 서비스 경쟁을 더욱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시행으로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 판매점에 지급하던 보조금과 마케팅비가 줄어들면 통신요금을 내릴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제조사가 직접 판매에 나서면 각 사의 경쟁으로 고가의 휴대전화 출고가도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재 국내 유통되는 단말의 90% 이상은 이동통신사를 통해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동통신사 별로 미묘한 온도차를 보여 향후 논의에는 다소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이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완전 자급제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에는 유통망 분리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찬성하지만 의문이 있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단통법에 비견될 정도로 통신시장의 판도가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소 휴대전화 판매점의 경우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맞을 수 있다.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단말기 판매 장려금이 없어져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동통신 3사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마케팅 비용은 연간 3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원칙적으로는 (시행하면)좋지만 유통업체 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