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의 출시가 임박했지만 이동통신사 표정이 밝지 않다. 통신비 인하라는 규제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8의 출시일은 내달 15일이다. LG전자, 애플 등 주요 제조사들도 뒤를 이어 전략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통상 주요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시기는 이동통신 시장의 번호이동이 가장 활발해지는 때다. 하지만 선택약정 할인율 20%에서 25% 상향 조치가 내달 15일, '갤노트8' 출시와 같은 날로 정해지며 이동통신사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23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갤노트8 공개를 앞두고 사전예약 및 개통행사 준비 등을 고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갤노트8' 공개를 앞뒀지만 아직까지 사전예약 등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KT도 내부적으로 아직까지 사전예약이나 개통행사 일정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예약 판매의 경우 내달 7일부터 일주일 간 진행하는 것으로 현재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내달 7일부터 예약가입을 실시하고 15일 사전개통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변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개통행사는 따로 진행하지 않는다. 이동통신 3사는 오는 24일 서울 시내 주요 지점을 시작으로 체험존을 운영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선택약정 이슈로 사전예약, 개통행사 등 고민이 많다"며 "글로벌 정식판매 시작일이 내달 15일인데 우리나라는 그보다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통상 전략 스마트폰 출시를 앞둔 경우 이동통신 3사는 고객 유치를 위해 앞다퉈 대규모 사전 개통 행사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지난 4월 삼성전자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의 사전 예약고객은 100만4000명을 기록한 바 있다. KT는 1호 가입자에게 ▲프리미엄 요금제 'LTE 데이터선택 87.8' 요금 1년간 제공 ▲갤럭시 체인지업 1년 이용료 면제 ▲젤킨 기프트박스 등을 제공했다.
SK텔레콤도 1호 가입자에게 삼성 SUHD TV와 '리니지2레볼루션' 아이템 구매권을 포함해 500만원 상당의 경품을 제공하는 등 개통행사에 공을 들여온 바 있다.
갤노트8 출시를 앞두고 이 같이 상황이 변한 이유는 내달 15일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과 시기가 맞닿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현재는 신규 가입자가 적용 대상이다. 이미 통신 요금제에 가입한 상태라면, 25% 선택약정 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위약금을 지불하고 재계약을 하는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존 가입자에 대한 위약금 지원방안을 내달 15일까지 협의해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때문에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민원 방지를 위해 추가 방침이 정해질 경우 개통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약정할인 상향 적용 시기보다 앞서 개통할 경우 단 며칠 사이로 할인 적용을 받지 못하는 이용자가 나타날 수 있다.
이동통신 시장도 얼어붙었다. '갤노트8' 출시를 앞두고 이통사가 전작 모델들의 재고떨이에 나섰지만 SK텔레콤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5' 64기가바이트(GB) 모델 출고가를 기존 82만1700원에서 69만9600원으로 낮췄으며, KT는 삼성전자 '갤럭시S7' 64GB 모델의 공시지원금을 71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출고가가 82만1700원인 것을 감안하고, 유통망 추가지원금을 받으면 단말기를 공짜로 구입할 수 있다.
이러한 파격적인 출고가 인하에도 이동통신 3사의 번호이동 건수는 되레 주춤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이통 3사의 번호이동 건수는 2만1987건을 기록했다. 14일 일주일 전 보다 12.2% 감소한 수치로, 이주전 보다는 무려 15.9%가 줄었다.
IBK 투자증권 김장원 연구원은 "선택약정할인율을 상향하고 나면 취약계층 대상 요금 할인이 있을테고 내년 보편요금제 출시를 위해 법 개정도 뒤따르는 등 요금 규제가 첩첩산중"이라며 "통신요금에 대한 인하안이 내년까지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를 성장동력으로 만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아 보인다. 가장 유력하고 현실성이 높은 전략은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내년 실시를 추진 중인 이동통신 보편요금제 도입을 포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이날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공포되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보편요금제를 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