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조사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직권조사 과정에서 기술탈취 사실이 적발되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한 법집행이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대기업 등 원청업체들로부터 기술자료를 요구 받은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117곳을 대상으로 '기술탈취 실태 파악을 위한 심층조사'를 실시한 결과 방문 또는 전화 등 인터뷰에 실제 응한 업체는 단 9곳에 불과했다고 29일 밝혔다.
그만큼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기술탈취 사실에 대해 외부에 알리기를 꺼려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의미다.
관련법에 따르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해 유용하는 행위는 하도급 4대 불공정행위에 포함돼 수급사업자가 입은 피해금액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다. 최근엔 정액과징금도 도입됐다.
하지만 여전히 원사업자는 단가조정, 품질관리, 사후관리 등의 명목으로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단가인하, 물량감소, 거래단절 등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
중소기업 A사 관계자는 "원사업자가 재계약을 하면서 단가를 조정한다는 이유로 우리 제품의 원가 절감 공정 관련 기술자료를 내놓으라고 계속 요구했다. 하지만 끝까지 기술자료를 주지 않았다. 낮은 단가에도 물량이 많아 거래를 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었다. 그러다 결국 매출 대비 약 10% 정도 손실을 본 뒤 부당하다고 원사업자에게 항의했더니 결국 거래가 끊겼다"고 토로했다.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로부터 기술 자료를 받아 자체적으로 생산하거나 다른 업체에 넘겨 피해를 입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B사 관계자는 "원사업자가 요청해 여러가지 기술자료를 제공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원사업자가 우리 제품과 매우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공급하면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기술탈취에 따른 피해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공정위에 신고하는 경우도 많지 않을 뿐더러, 실제 신고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사실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기술탈취 조항이 신설된 2010년 이후 공정위에 신고된 건수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고작 23건에 그쳤다. 이중에서도 8건은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거나 기술자료에 해당되지 않아 사건이 종결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중앙회 김경만 경제정책본부장은 "기술탈취 만큼은 공정위가 직권조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위반행위를 적발하면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고발 조치하는 등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을 함부로 요구하면 안된다는 신호를 분명하게 줘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