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정부가 확정·발표한 '2018년도 예산안'을 살펴보면 복지·일자리 등 사람에 대한 투자는 대폭 늘리고 사회간접자본(SOC) 등 물적 투자는 축소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중심·소득주도·혁신 성장 등 국정과제 수행을 우선순위로 두고 기존 예산을 원점에서 검토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인 결과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도 사람중심의 지속성장 경제 구현을 위해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며 4차 산업혁명 대비를 통한 혁신성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일자리·교육 예산 대거 증액… 민간·공공부문서 좋은 일자리 창출 '유도
정부가 29일 발표한 2018년 예산안을 분야별로 특히 일자리 예산의 증가 폭이 눈에 띈다. 총 19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4% 증가했다.
일자리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내년도 예산도 올해보다 무려 30.1% 증액된 23조7580억 원이 편성됐다.
정부는 중앙직 공무원 1만5000명을 충원하고 기간제의 무기계약직 전환, 청소·경비·시설관리 용역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등 공공 일자리를 확충한다.
중소기업이 청년 3명 신규채용할 때 3년간 1명의 임금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청년추가 고용, 3개월간 월 30만원을 주는 청년구직촉진수당 등 민간 일자리 창출 부분에도 예산을 대거 배치했다.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육아휴직·실업급여 지급액도 확대된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육아휴직 시 첫 3개월간 급여 한도를 최대 월 200만 원으로 늘리고 적용 대상을 10만6000명으로 확대한다.
여성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활용하면 통상임금의 80% 한도에서 단축된 근로시간 비율에 따라 급여를 지원한다. 출산휴가 급여 상한액도 월 150만 원에서 160만 원으로 늘렸다.
교육 분야 예산도 크게 늘었다. 전년보다 11.7% 늘어난 64조1000억원을 배정했다. 교육 분야 예산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49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5.4% 증가한 영향이 컸다.
아울러 어린이집 누리과정 전액 국고지원, 반값 등록금 수혜 대상 확대, 해외유학 및 연수 기회를 확대 등에도 예산을 집중 투입했다.
◆SOC 20% 감축… 신재생 에너지 관련 예산은 늘어
정부는 그동안 투자가 축적된 SOC와 문화·체육·관광 분야에서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벌여 재원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SOC 예산은 17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0%가 삭감됐다. 금액으로 보면 4조4000억원에 달한다.
SOC 분야는 정부 예산안 기준으로 작년과 재작년 각각 8.2%, 6.0% 삭감된 바 있다. 2017∼2021년 계획 연평균 -7.5%에 비해서도 삭감 폭이 크다.
정부는 문화·체육·관광 분야도 전년보다 8.2% 감소한 6조3천억원을 배정했다. 2021년까지 중장기 계획(-1.0%)보다도 7.2%포인트 높은 삭감 폭이다.
환경(6조8000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15조9000억원) 분야도 각각 2.0%, 0.7% 줄어 감축 기조로 전환했다.
반면, 신재생 에너지 관련 예산은 증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신기후체제와 미세먼지 등의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원전 중심에서 신재생 등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이에 따라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전환' 분야 예산을 올해 1조4122억원에서 내년에 1조6570억원으로 2400억원 정도 늘렸다.
우선 농촌태양광 등 주민참여형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강화하고 주택·아파트·학교 등 자가용 태양광 보급 지원을 대폭 확대해 4360억원을 투입한다. 이는 올해 예산 1860억원보다 2.6배 증가한 액수다.
또 에너지 저장 장치(ESS), 스마트그리드, 발전단가 저감 및 효율향상 핵심기술개발 투자 확대를 통해 기존 에너지산업을 스마트화 하고 이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도모할 계획이다. 관련 사업에는 약 2790억원이 투입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늘어난 분야는 더 얹어 준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적으로는 치열하게 구조조정을 했다"며 "보건·복지·노동은 집행률이 저조한 사업 위주로, 국방은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사업 위주로 구조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