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이 몰고온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판매 부진으로 중국 공장이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롯데마트에 이어 현대차까지 사드 여파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항공업계도 한국 관광 금지조치(금한령)로 국내 여행객의 발길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어진 사드보복의 여파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현대차가 지난주부터 현지 부품사의 공급 중단으로 중국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현재 부품 공급을 중단했던 현지 협력사가 부품 공급을 다시 시작함에 따라 이날 베이징 현대(현대차 중국 현지 합작사)의 모든 공장이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대금지급 문제로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은 커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3월부터 본격화된 사드 보복 여파로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반토막이 난 상태다. 올해 중국 판매 목표도 당초 125만대에서 80만대로 낮췄다. 하반기 50만대를 판매해야만 80만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나 공장 가동 중단으로 하반기 50만대 판매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금한령'으로 국내 여행의 발길을 끊은 유커가 좀처럼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7월 출입국 관광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국인 입국자수는 28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3% 감소했다. 중국의 한국 여행 금지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던 2분기 전체로 봐도 중국인 입국자 수는 73만6100명을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6%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하반기 항공업계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10월 중 최장 10일의 추석연휴가 예정돼 있는 만큼 여행수요 증가로 인한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하반기 전망은 더욱 어두워 지고 있다. 오히려 최근 미국의 사드 배치 추가 압박이 거세지면서 양국 관계 회복이 요원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유통업계에도 사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가장 큰 피해업체는 롯데가 꼽힌다.정부가 사드 배치 장소를 롯데 성주골프장으로 선정하면서 롯데가 중국 사드보복의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99개 점포를 운영했던 롯데마트는 현재 87개 영업이 중단, 사태가 장기화되는상황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사업을 철수하지 않고 있다.그나마 영업중인 12개의 점포도 매출이 80%나 급감했다.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사드보복으로 현재까지 롯데마트가 중국 현지에서 입은 피해액은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대로 연말까지 사드 보복 조치가 이어진다면 최대 1조원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면세업계도 울상이다. 한국을 찾는 중국 단체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최근 급증한 서울 시내면세점이 모두 보따리상에만 의존한 채 겨우겨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자사 면세점으로 보따리상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심화되면서 면세업체의 판촉비 비율도 증가, 마진이 얼마 남지 않는 최악의 상황까지 직면했다.
면세업계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체는 역시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이다. 국내 면세시장 점유율이 50%를 상회하는 롯데면세점은 3월 중순 이후부터 7월 말까지 중국인 매출이 28%나 줄었다. 7월 말까지 누계 피해액만 3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K뷰티에 1등공신으로 뽑히는 아모레퍼시픽도 사드 보복 이전까지 매 분기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다 지난 2분기 사드보복의 직격탄을 맞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2분기 130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이는 전년 동기 보다 58%나 급감한 수치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785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1수준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사드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기 침체와 함께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여 원만한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양성운·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