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10 음성인식 비서 코타나와 아마존의 AI 비서 솔루션 알렉사. / MS 공식 블로그
인공지능(AI) 상용 서비스 시장에 합종연횡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글로벌 기업은 AI 생태계 확장을 위해 '적과의 동침'까지 나섰다. 최근 라이벌 정보기술(IT) 기업인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양사의 AI 비서인 알렉사(아마존)와 코타나(MS)를 통해 손을 잡은 것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진영이 AI 시장에 가세하면서 기업·학계 간 제휴를 통한 전방위적인 차별화 경쟁이 촉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마존·MS AI 동맹군 …'결함은 채우고 강점은 살리고'
4일 IT업계에 따르면 아마존과 MS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I 비서 솔루션인 알렉사와 코타나가 상호 연동하는 시스템을 올 연말까지 구축하기 위해 파트너십을 체결한다고 공개했다. 이번 협약으로 AI 스피커 에코에 들어가는 알렉사는 MS 윈도 10이 탑재된 PC에 대한 접근 권한을 얻었고, MS도 AI 스피커 시장의 7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의 쇼핑, 음악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연동시스템을 구축, 사실상 AI 협동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아마존과 MS의 결합은 IT 대기업의 협력으로 AI 시장의 합종연횡을 통해 결함은 보완하고 강점은 살리며 AI 생태계를 확장하는 추세가 대세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양사의 제휴로 쇼핑, 음악 재생 등 B2C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하던 아마존은 PC와 스마트폰 기반 서비스를 확보해 전문성을 얻게 됐고, MS는 소비자 친화 제품인 에코를 통해 코타나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구글홈', '구글어시스턴트' 등으로 약 70여개 스마트홈 파트너사와 협력해 AI 생태계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구글의 행보도 눈에 띈다. 최근에는 미국 유통업체들과의 협력에도 나서 오프라인 유통 강자 월마트와도 손을 잡았다. 월마트는 구글과의 협력으로 AI 비서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해 이용자가 음성으로 자사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AI 비서 플랫폼인 구글 어시스턴트로 손쉽게 월마트 수만가지 제품을 주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구글은 월마트 고객 정보를 활용해 구글 이용자에게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IT 업계 관계자는 "AI의 경우 옛날 제조업과 달리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한 회사가 독점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구조와 다르다"며 "지금은 기업 대 기업이 제휴하는 형태로 확장되지만 향후에 API 오픈 개발이 가시화되면 음성인식, 추천기술, 플랫폼 등 제휴가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AI 서비스 '누구' 서비스 업그레이드 표. / SK텔레콤
◆SKT·네이버 등 국내 IT 기업도 '장벽 없는 AI 생태계' 구축
국내 AI 시장에서는 AI 생태계 확장을 위해 아마존과 MS 제휴와 같은 경쟁 업체간 연동보다 이종 산업간의 제휴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AI 스피커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SK텔레콤·KT 등은 커머스, 금융, 자동차 부문 등 이종산업간 융합에 적극 나서며 장벽 없는 AI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9월 AI 스피커 '누구'를 출시한 SK텔레콤은 금융·건설·유통 등 이종 산업 간의 융합은 물론, API 개방을 통한 중소·벤처 협업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 AI 테크센터에서 KT 융합기술원과 제휴사 직원들이 인공지능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 KT
AI TV '기가지니'를 출시한 KT는 최근 온라인커머스 1위 이베이코리아와 협력해 통신과 커머스가 결합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케이뱅크, 우리은행, 미래에셋대우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이달 내 퀵송금과 계좌조회 등을 음성으로 할 수 있는 카우치뱅킹 서비스를 출시한다.
네이버가 지난 8월까지 약 17개 스타트업에 투자한 이유도 자사 AI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네이버의 기술 스타트업 투자 지원 프로젝트 D2SF는 지난달에만 퓨리오사, 딥픽셀, 클라우드웍스 등 AI 기술 분야에 투자를 집행했다. 클로바를 적용한 음성인식 스피커 '웨이브'를 출시한 네이버는 향후 다양한 AI 기술을 집결해 자연처리, 인공신경망 기계번역(NMT), 추천, 검색엔진 등 다양한 모듈과 엔진이 결합된 형태로 개발될 예정이다.
카카오도 GS·포스코 건설, 현대 자동차 등 이종산업 간 협력에 몰두하고 있다. 카카오는 기관과 공동 연구하고, AI 연구를 활성화 할 수 있게 돕는 AI 사업 전담을 위한 카카오브레인을 따로 설립하기도 했다.
IT 기업들이 타사·이종산업·스타트업을 가리지 않고 앞다퉈 전방위적 협력에 나서는 이유는 생태계 확장과 효율성을 위해서다. 광범위한 사용자 층을 확보한 플랫픔을 활용하면 다른 서비스와 연동을 할 수 있고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 김소혜 연구원은 "인공지능을 적용할 수 있는 산업의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주요 기업들로서는 단독으로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만들어가는데 한계가 있다"며 "다양한 산업에 응용 가능한 핵심 엔진을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으며 플랫폼화를 통해 인공지능 생태계 확장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제휴를 통해서 나타난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