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 넥슨 창업자가 나란히 '동일인(총수)'로 신규 지정됐지만, 각 기업의 반응에서 '온도차'가 보여 주목되고 있다. 네이버는 행정소송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카카오와 넥슨은 아무런 반응 없이 잠잠하게 정부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모양새다.
네이버는 4일 이해진 창업자가 총수로 지정된 것에 대해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법적 절차를 밟아가며 검토한다기보다는 IT 업계의 경우 기존 제조업 중심의 기업과는 다른 구조인데, 총수 지정 등도 산업 특성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론화하자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를 준대기업집단에 포함시키면서 이해진 창업자를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며, 사실상 네이버의 주인을 이해진 창업자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직접적인 지분관계가 없는 휴맥스 등 변대규 이사회 의장 회사들도 공시의무가 생겼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의 경우 4%대의 낮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활용한 순환출자도 없어 기존 재벌 기업과 구조가 다르고,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계를 확립하고 있다며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해진 창업자는 지분율 0.1%에 달하는 주식 11만주를 블록딜로 매각하며 네이버 지배 의사가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바 있다.
네이버 측은 "(이번 정부 결정은) 기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기업집단제도가 탄생한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 사회가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총수 없는 민간기업을 인정하고 그런 기업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장려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이번 결정으로 글로벌 사업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IT 업계 관계자는 "당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구속된 상황이라 재벌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며 "해외에서는 국내에 비해 계약 전에 윤리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체크하는데 IT기업이 재벌기업으로 낙인찍히면 같은 그룹이라 묶여지니 계약 성사 부분에서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반면, 네이버와 동일하게 대기업집단에 신규로 포함되고, 창업자 김정주 NXC가 동일인으로 지정된 넥슨은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NXC는 넥슨의 지주회사로, 일본 상장법인 넥슨의 최대주주다.
카카오의 경우에는 지난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가 자산 기준이 바뀌면서 올해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됐고,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총수에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도 김범수 의장 총수 지정에 대해 공정위의 판단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카카오와 넥슨이 네이버와 입장차를 보이는 이유는 지분율 때문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지분율은 4.31%로 낮고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10.61%)이지만, 카카오와 넥슨의 경우 지분율이 높기 때문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카카오 지분율은 18.52%이고, 2대주주는 케이큐브홀딩스(14.61%)로 김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실제 지분율은 33.13%에 달한다. 친인척들의 카카오 지분율도 약 2.5%로 높은 편이다.
넥슨 총수로 지정된 김정주 대표 역시 지난 2011년도 공개된 NXC의 감사보고서 기준, 넥슨의 지주사인 NXC의 절반에 달하는 지분 48.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정주 대표는 진경준 전 감사장과 '뇌물 스캔들'이 불거졌지만, 보유재산과 지분거래 내역 등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총수 지정에 따라 앞으로는 NXC 최대 주주인 김 대표 본인, 부인 유정현 NXC 감사를 포함, 6촌 이내 친인척들이 보유한 회사와 지분 보유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김정준 대표가 진경준 전 검사장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다 저렇다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지 않겠냐"며 "뭐든 수용하겠다는 입장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나온다.
김정주 NXC 대표는 현재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와 관련해 3심을 남겨두고 있다.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고, 지금은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