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부터),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조찬 간담회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방송통신위원회
오는 9월 30일 단말기유통법(단통법)의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된다. 이에 따라 10월부터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는 그간 33만원으로 제한되던 단말기 지원금을 자유롭게 높여 줄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동통신 시장의 보조금 대란으로 시장이 혼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 3사 CEO에 지원금 상한제 일몰 이후의 과열 경쟁 우려에 대한 환기에 나섰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이동통신 3사 CEO와 상견례를 가지고 "9월 말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로 인해 과거 아이폰 대란 때와 같이 통신 시장이 혼탁해지지 않도록 소모적인 마케팅 과열 경쟁을 지양하고 이용자 편익을 강화하기 위한 요금과 서비스 경쟁에 매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위원장의 이 같은 당부는 오는 9월 말 예정된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앞두고 인해 시장 안정화를 위한 주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원금 상한제는 이동통신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을 최대 33만원으로 제한하는 제도로, 지난 2014년 단통법 도입 당시 포함됐다. 취지는 널뛰기 뛰듯 시장 여기저기서 기준 없이 지급되던 지원금을 33만원의 제한을 적용해 이용자 차별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출고가 인하 효과도 기대했지만, 이동통신사의 마케팅 경쟁을 축소해 결과적으로 지원금만 낮아져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되레 늘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마케팅 대란의 여파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와 맞물려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실제 이동통신 3사는 지난 5월 삼성전자 '갤럭시S8'과 LG전자 'G6' 출시 이후 단말기 보조금을 경쟁적으로 올렸다. 이 중 일부 업체는 법정 상한 보조금을 넘겨 현재 방통위의 사실조사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실조사 기간이 길어진 만큼 역대급 과징금을 부과 받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10월부터 이동통신시장 감시체계를 강화해 불법 보조금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함께 시장 감시를 위한 전국 상황반을 청사 내 설치하고 10월 한달 간 집중 단속키로 했다.
이동통신사나 유통업자가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위반 횟수와 상관없이 5000만원을 일괄 부과토록 과태료를 강화하는 시행령도 추진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돼도 당장 보조금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지원금 상한제가 없어져도 별도 유통망 보존비용도 나가야 하고,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등 통신비 인하 압박이 쏟아지는 대내외적 이슈로 인해 여유있는 상황이 아니라 지원금이 단기간에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 시 장기적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선택약정 할인제나 무제한 요금제 등으로, 중저가 스마트폰이나 통신사 단독 출시 전략폰에는 공시지원금을 싣는 형태로 양분화된 마케팅 전략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새로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통상 선택약정할인을 선택하는 소비자 비율이 70~80%에 달해 지원금이 애초에 많이 실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날 기준, 삼성전자 '갤럭시S8'의 공시지원금은 6만원대 요금제를 기준으로 SK텔레콤은 19만원, KT와 LG유플러스는 22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LG전자의 'V20' 6만원대 요금제를 기준으로 SK텔레콤은 6만2000원, KT는 29만원, LG유플러스는 25만원을 지원한다. 공시지원금 상한제인 33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때문에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돼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공시지원금 보다는 요금제 등을 통해 소비자 유인 혜택이 쏠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중저가 스마트폰·통신사 전략폰은 지원금 상한제 폐지로 인해 공시지원금이 많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일 이동통신사들은 구형 프리미엄폰의 재고처리와 중저가폰 판매를 위해 지원금을 대폭 조정했다. KT의 경우 중저가폰 11종의 지원금을 상향조정 해 적극적으로 재고처리에 나섰다. SK텔레콤 또한 'LG G5', LG유플러스는 화웨이 'P9' 기종에 출고가를 하향 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찾는 이용자의 수요가 이 시기에 많을 거라고 생각해 전략적으로 중저가폰 대상 지원금을 운용한 것"이라며 "지원금 상향을 통해 효과를 보는 중저가폰 위주로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로 인한 마케팅 전략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