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전장사업 강화를 위해 신규 펀드를 조성했다.
글로벌 자동차용 오디오 전문업체 하만 인수로 전장 사업 진출을 본격화한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 부재로 관련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이 어려워지자 유망 전장 기술 업체들을 대거 끌어들이기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3억 달러(약 3400억원) 규모의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Samsung Automotive Innovation Fund)' 조성하고 전장사업을 강화한다고 14일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는 앞으로 스마트 센서, 머신 비전, 인공지능, 커넥티비티 솔루션, 보안 등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분야의 기술 확보를 위해 운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3억 달러(약 3400억원) 규모의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Samsung Automotive Innovation Fund)' 조성하고 전장사업을 강화한다고 14일 밝혔다. 사진은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왼쪽)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하드락호텔에 마련된 하만 전시장에서 디네쉬 팔리월 하만 최고경영자(CEO)와 자율주행용 사용자경험(UX)을 구현한 컨셉트카 '오아시스'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 펀드의 첫 번째 전략적 투자로 자율주행 플랫폼과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의 글로벌 리더인 TT테크에 7500만 유로(약 1008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보유 지분율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사회 멤버로서 TT테크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설립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본사를 둔 TT테크는 항공 등 이동관련 안전솔루션 관련 특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자율주행차 개발에 함께하고 있으며, 최신 항공기 보잉 787드림라이너는 물론 미국 항공우주국(NASA), 보잉 등과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은 커넥티드카 부문에 자율주행과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을 전담할 SBU(Strategic Business Unit) 조직을 신설했다.
SBU는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와 협력해 보다 안전하고 스마트한 커넥티드카를 위한 핵심 기술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한국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시험하기 위해 자율주행 면허를 확보한 바 있다.
이번 삼성전자의 펀드 조성은 이 부회장의 실형으로 인한 부재로 대규모 M&A가 어려운 상황에서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전장 사업 기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 규모는 2015년 2390억 달러(273조원)에서 2020년 3033억달러(358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장부품 기업 프리스케일은 전체 자동차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전장 부품 비율이 2010년 35%에서 지난해 40%를 넘어섰고, 2030년에는 5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만큼 높은 성장에 따라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LG와 SK 등도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M&A에 나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이번 독자 펀드 조성은 미래 먹거리 사업에 제때 투자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 속에 기술 확보를 염두해 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