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에서 주최한 '이동통신 단말 유통시장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첨삭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김나인 기자
"'제2의 단통법'이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가계 통신비 절감 방안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휴대전화 판매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제도다. 예컨대, 휴대전화는 삼성·LG전자 등 제조사나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구입하고, 요금제 등의 서비스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대리점에서 따로 가입하는 것이다.
제조사는 제조사끼리, 이통사는 이통사끼리 따로 경쟁이 가능해져 통신비 인하 효과를 유발할 것이라는 기대효과가 예상되지만, 업계에서는 시장의 충격으로 되레 '단통법'의 부작용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 구조를 완전히 뒤바꾸는 변화이니만큼 도입에 부작용 검토 등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6일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실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열린 '이동통신 단말 유통시장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방향' 토론회에서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논의 테이블 위에 올랐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지난 18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에 이어 25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기업의 단말기 판매를 제한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시행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본격 점화됐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기대효과로는 ▲단말가격 인하 ▲통신요금 인하 ▲소비자의 단말기·서비스 선택권 확대 ▲마케팅비용 감소 등이 꼽힌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연학 서강대학교 교수는 "자급제 활성화는 바람직하나 완전자급제 법제화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25%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으로 단말기 자급제 활성화 여건이 마련됐고, 향후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투명한 단말 유통으로 자급제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발제를 맡은 하태규 고려대학교 교수도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며 "완전자급제의 별도 유통은 '원스톱 쇼핑'이라는 소비자 편익을 없애고 이중유통에 의한 유통비용만 늘려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키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또 신규 유통망을 별도로 구성해야 해 전환비용이 발생하면서 소규모 대리점과 판매점의 희생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보조금 상한제로 인해 단통법의 원래 취지가 빛을 바랬다"며 "단통법 때처럼 단말기 완전자급제 또한 성급히 추진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 또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형도 SK텔레콤 실장은 "단말시장과 유통망 부문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도입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충성 KT 상무는 "단말과 유통을 이분화하는 단말기 안전자급제 도입으로 통신비가 실제로 인하될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시행될 때 기대효과와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무엇인지 시뮬레이션하고, 부작용과 이에 대한 해소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은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해 더욱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김재영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전세계적으로 법률로 이동통신사에 대해 단말기 판매를 금지한다는 사례는 없다"며 "좋은 제도라고 해도 불이익을 받는 곳이 있다면 대책을 마련하는 등 심도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이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묻혀 빛이 바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삼성·LG전자 등 제조사는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