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글날이 571돌을 맞았지만 여전히 국회와 정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일본식 외래어나 어려운 한자어를 흔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법제처 자료를 토대로 국회가 제정한 법률과 행정부가 만든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분석한 결과, 일본식 외래어나 설명 없이는 알아듣기 어려운 한자어 등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민법 제21조와 제80조, 제161조, 제977조에 각각 사용된 '가주소'와 '잔여재산', '익일', '제반사정' 등은 모두 일본식 한자어로 각각 '임시 주소', '남은 재산', '이튿날', '모든' 등으로 순화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일본식 한자어 외에도 여러 법령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한자어 역시 지나치게 어려운 것들이 많아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예를 들어 '몽리자(蒙利者)'는 이익을 보는 사람, '복몰(覆沒)'은 침몰, '부불금(賦拂金)'은 나누어 지급하는 돈(할부금), '반제(返濟)'는 (돈을)갚다, '공무소(公務所)'는 공공기관, '궐원'은 자리가 빈, '기채(기채)'는 공채 모집, '보결(補缺)'은 채움 등으로 쉽게 풀어쓸 수 있는 한자어들이다.
이들 모두 현행 법률에서 사용되고 있는 단어들이다.
법령의 한글화를 위해서는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국회법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위 의원에 따르면 국회 의사진행에서도 많이 쓰이는 단어들로 '상정'이나 '부의', 회부' 등은 '(회의에) 부치다', '(안건을 ~에) 넘기다' 등으로 순화할 수 있고, 예산 등과 관련한 '산입하다', '계상하다' 등도 '포함하다', '반영하다' 등으로 알기 쉽게 바꿔 쓸 수 있다.
한편, 지방자치단체라고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디지털재단은 지난달 '서울국제디지털페스티벌' 행사의 하나로 도시문제 해결을 주제로 한 '메이커 해커톤'을 열었다.
해커톤이란 해커(Hacker)와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마라톤을 하듯 일정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아이디어를 내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경진대회를 뜻한다.
시는 지난해 10월에도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해커톤을 여는 등 일반 시민의 제안을 모아 혁신을 일구는 일종의 '끝장 토론'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
일반 시민이 들으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외래어 단어는 이 외에도 더 있다.
서울산업진흥원은 올해 7월 사물인터넷 기술로 공공버스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메이카톤'을 개최했다.
메이카톤(MAKE-CAR-THON)이란 자동차를 주제로 팀을 구성해 각종 아이디어로부터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대회라는 설명이었다.
서울시는 우리말 사용을 촉진하고자 2014년 '서울특별시 국어 사용 조례'를 제정한 바 있지만 여전히 우리말 보다는 외래어 사용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위성곤 의원은 "마땅히 대체할만한 단어가 없다면 모르겠지만 알기 쉬운 한글을 두고 어렵고 오해할 수 있는 외래어나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정부와 국회와 지자체 등 모두 한글 순화를 위한 노력을 더욱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