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서 KT 모델들이 데이터로밍 서비스 개편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KT
국내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해외 데이터로밍이 비싼 요금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지적에 KT가 로밍 서비스 개선안을 내놓으며 정부의 통신비 인하 요구에 발맞췄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KT는 24일부터 ▲데이터로밍 종량 요금 파격 인하 ▲데이터로밍 상한 제도 개편 ▲신규 로밍 서비스 2종 출시 등 로밍 서비스를 대폭 개선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로밍 서비스를 따로 신청하지 않고 해외에서 데이터를 사용했다가 수 십 만원의 '요금 폭탄'을 맞는 일을 차단하도록 하는 방안이 골자다.
KT가 이같이 로밍 요금제 전면 개선에 나선 이유는 국정감사를 계기로 불거진 이동통신사들의 로밍 요금제 폭리 논란 때문이다. 이용자들 또한 그간 '요금폭탄' 등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데이터로밍에 대해 느린 속도, 비싼 요금 등 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왔다.
잦은 해외 출장으로 이동통신사의 데이터로밍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이소영(가명, 34)씨는 "무제한 해외 데이터로밍 요금제를 신청하고 해외에 가도 비싼 요금에 비해 제공되는 통신 서비스는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초반에는 속도가 괜찮아도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너무 느려져 카카오톡 이외에 쓸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고 성토했다.
해외 로밍서비스 매출 현황. / 최명길 의원실
실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명길 의원(국민의당)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데이터 기본 제공량을 기준으로 종량요금제를 비교해보면 해외 로밍요금이 국내 데이터 요금보다 8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3사의 데이터 요금을 비교해 보면 종량요금제의 경우 0.5KB당 국내 요금은 0.275원인 반면 로밍 요금은 2.2원이다.
이에 따라 해외 로밍 서비스로 이동통신사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지난해에만 3300억원이 넘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의원은 "국내·외 사업자들끼리 서로 요금을 높게 받기로 하면 이용자들은 꼼짝없이 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로밍서비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라며 "로밍요금 제도의 불합리성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로밍 요금제 폭리 이슈는 지난 12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 도마 위에도 올랐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해외 로밍 요금이 하루 9000원에 100메가바이트를 제공하는 것은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퍼다 파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날 유일하게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로밍요금제 인하를 위해 해외 사업자들과 협의를 진행해서 개선되도록 하겠다"며 "소비자들이 데이터 로밍을 정확히 알고 사용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가장 먼저 나선 사업자는 KT다. 이날 KT가 발표한 개선안을 살펴보면 우선 데이터로밍 종량 요금을 국내 표준요금제 데이터 이용요금 수준으로 내렸다. 정액 형태의 별도 로밍요금제를 신청하지 않고 데이터로밍을 하는 경우 기준 요금이 기존 패킷당 2.2원(부가세 포함)에서 0.275원으로 87% 낮아지는 것이다.또 하루 이용금액 상한선 1만1000원을 신설해 해당 금액에 도달하면 추가 요금 없이 200kbps 이하 속도로 데이터를 계속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기존의 월 5만5000원 상한은 11만원으로 변경한다. KT 관계자는 "월 상한만 있었는데 일 상한과 월 상한 두 가지로 이중보호로 로밍요금제를 강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본인을 제외하고 최대 3명까지 '데이터로밍 하루종일' 요금제와 동일한 서비스를 50% 할인된 금액에 제공하는 '데이터로밍 하루종일 투게더'와 3300원에 5분의 로밍통화를 이용할 수 있는 '음성로밍 안심 5분' 요금제 2종도 신규 출시했다.
이번 개선안은 중국·미국·일본 등 176개국에서 적용된다. 개선안이 적용되지 않는 일부 국가에서는 데이터로밍을 기본 차단해 원치 않는 데이터로밍 요금 발생으로 인한 '요금폭탄' 가능성을 원천 제거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로밍 서비스 요금제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LG유플러스의 경우 다방면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현재 KT와 비슷한 수준으로 데이터로밍 요금제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