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플러스 섬 게임, 제로 섬 게임[/b]
시장변동성이 클수록 본질가치를 중시하는 투자를 해야 적어도 손실을 피할 수 있는데, 대다수 개미투자자들은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에 열중하다 이래저래 피해를 당하기 쉽다. 투자는 기초경제여건내지 대상자산의 본질가치 상승에 따른 차익을 예상하고 사거나 파는 일이다.
투기는 본질가치와 관계없이 유동성 팽창 같은 시장심리 내지 수급요인에 변동에 따른 시장가격 변동으로 발생하는 차익을 기대하는 매매 행위다. 다시 말하면 투자는 시장 참여자 누구나 수익을 올리는 플러스 섬 게임이 될 수 있고, 투기는 누군가의 이익은 다른 누군가의 손실로 귀결되는 제로 섬 게임으로 정의 할 수 있다.
투자와 투기를 단정적으로 구분하기도 어렵고, 현실세계에서 투자와 투기행위는 동시에 그리고 연속하여 나타나기도 한다. 예컨대, 경기저점에서 유동성을 완화하면 풍부한 유동성이 실물시장보다 먼저 주식시장으로 유입되어 유동성장세가 벌어진다.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대기성 부동자금이 몰려드는 쏠림현상이 나타나 거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시중에 풀린 자금은 시차를 두고 실물시장으로 유입되어 실물경기를 자극하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내재가치가 높아진다. 이 장면에서 투자와 투기의 경계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도박(gamble)은 막연하게 초과수익을 기대하는 것이다. 군집본능(herd instinct) 분위기에 휩쓸리는 뇌동매매는 투자도 아니고 투기도 아닌 일종의 도박이다. 도박장(house)에서는 일정비율을 비용으로 떼기 때문에 누군가는 그만큼 손해를 보아야한다. 예컨대, 카지노 룰렛 게임의 확률은 35/36로 배팅 금액의 1/36은 하우스 사용료로 지불하는 셈이다. 도박장 주인이 기계의 확률을 조작하면 파친코에서 돈을 잃을 확률은 더 높아진다.
여기서 투자는 플러스 섬(plus sum) 게임, 투기는 제로 섬(zero sum)게임, 도박은 마이너스 섬(minus sum) 게임에 가깝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렵듯이 투기와 도박의 차이를 확실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주식시장에서 손해를 보는 가장 큰 원인은 사람들이 내재가치를 중시하는 투자보자는 투기적 행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휩쓸려 도박과 같은 뇌동매매 행태를 보이다가 애써 모든 돈을 허공에 쏟아버린다.
주가가 실물경제를 반영하여 움직인다고 가정하면, 경제는 진폭이 있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장하기에, 개별 주가는 몰라도 종합주가지수는 중장기적으로는 우상향(↗)하는 추세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모습을 보면 경제여건의 변화와 상관없이 급등락을 반복하여, 코스피 지수나 코스닥 지수나 기형적 W자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시장이 본질가치 변화보다는 시장심리에 따른 쏠림현상으로 인한 거품 형성과 소멸로 널뛰기 현상이 반복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환경이 불안하여 급등락이 빈번한 시장에서 정보의 수집· 분석 능력에서 뒤지는 개인이 무리한 투기거래를 하다가는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역으로, 누군가의 손실은 누군가의 이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급등락이 심한 시장에서 초과수익을 올리는 기회도 있다. 이 세상 모든 쏠림현상은 고정되는 것이 아니고 시장자동조절 기능에 따라 제자리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누구나 싸게 사서 비싸게 팔고 싶어 한다. 훈련되고 인내심 있는 투자자는 시장가격이 내재가치를 밑돌 때 사서, 내재가치를 회복하거나 거품이 팽창하였을 때 팔 수 있다. 내재가치를 중시하더라도, 욕심이 지나치면 더 낮은 가격에 사려다가 매수기회를 놓치고, 더 높은 가격에 팔려다 매도기회를 놓치기 쉽다. 시장을 멀리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내재가치를 중시하는 선택을 해야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신세철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