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31일 양국 관계 개선을 골자로 한 협의내용을 발표함에 따라 '사드 갈등' 이후 냉각됐던 한·중 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 현지 국내 기업과 한류 관광 등 중국의 '금한령(禁韓令)'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경제 분야 복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1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불과 2년 전만 해도 최상의 관계를 구가했던 한중관계는 지난해 2월 한미 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관한 공식 협의를 결정한 후 1년 8개월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보복적 세무조사, 위생·소방검사 등으로 롯데마트 등이 문을 닫았으며 현대차의 중국내 판매가 절반 가까이 급감했고 화장품, 식품 등 인기가 많았던 한국산 소비재들도 주춤했다.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도 전면 중단되면서 관광업계와 유통업계의 타격도 상당했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사드 문제에 따른 경제손실을 7조원에서 2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제19차 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출범시키면서 한국과 사드갈등을 조속히 봉합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에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지도부는 전략적 인식에는 큰 변화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사드 배치로 말미암은 한중관계의 경색 국면이 '신시대의 신형 국제관계'를 주창한 중국의 외교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인식에는 최소한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국과 중국 정부가 조속한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데 대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일제히 반색했다.
현지 한국 교민들도 한중간 사드 갈등으로 불편했던 마음을 털어낼 계기가 마련됐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특히 이번 사태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던 롯데그룹은 중국 내 매장에 대한 소방점검 봉인 해제 등이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양국간 사드 합의가 현재 처한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차도 정부간 사드갈등 해소 합의에 기대감을 표출했다.
베이징 현대차 관계자는 "그동안 사드 문제가 노출될 때마다 중국내에서 반감이 커져 품질이 좋아도 한국산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며 "사드 문제가 풀리면서 중국인들의 느꼈던 반한 감정이 사그라들어 한국 제품에 대한 선입관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의 관계 회복으로 중국의 금한령(禁限令)도 곧 해제될 것으로 예상돼 중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다시 찾을 것이라는 기대 또한 커지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전담여행사 가운데 50% 이상이 사실상 잠정 휴업 상태"라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와 거래처가 있는 여행사를 제외하고는 중국 전담여행사 대부분은 매출이 전혀 없었지만 이제는 중국인 단체 여행객이 우리나라를 찾아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기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한중간 협의를 통해 양국간 관계가 갈등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할 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냉정한 분석과 대처가 필요하다고 봤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회장은 "중국은 정치구조가 안정된 후 경제부분에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한중 경제관계에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며 "다만 사드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피해가 가지 않는 차원에서의 부분적인 노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