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의 주요 협력사에 대한 직접 투자로 동반성장에 나선다.
협력업체 자금지원과 같은 단편적인 접근법이 아니라 직접투자로 협력사의 투자 부담을 완화하고, 반도체 초호황 속 우량 공급처에 대한 안정적인 관계도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제3자배정유상증자 방식으로 반도체 소재기업 솔브레인과 동진쎄미켐에 각각 556억원과 251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총 투자대금은 807억원이다.
솔브레인과 동진쎄미켐은 삼성전자의 주요 협력사로, 주력 제품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용 액체 화합물이다. 액체 화합물은 반도체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식각액, 현상액, 박리액, 신너 등을 말한다.
삼성전자가 향후 3년간 29조원을 주주에게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오세성 기자
삼성전자의 직접 투자는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삼성넥스트, 삼성카탈리스트, 삼성오토모티브, 삼성벤처투자 등 4개 투자 전문계열사를 이용해 유망 기업에 대해 간접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나 협력사에 대한 직접투자는 2013년 12월 원익IPS의 전환사채 220억원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하며 투자한 것이 마지막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동반성장에 대한 패러다임 진화로 분석했다. 갑을관계 해소와 같은 일방향식 프레임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 시대, 지속가능한 산업계 발전 전략으로 협력사와의 협업 경쟁력을 키우고 규모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는 의미에서다.
삼성전자는 올해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를 사상 최대 규모인 46조2000억원을 시설 투자에 투자하기로 했다. 부문별로는 반도체 시설에 29조5000억원, 디스플레이 시설에 14조1000억원 등을 투자한다.
주력 사업에 대한 투자는 솔브레인과 동진쎄미켐 등과 같은 협력사의 생산 설비 확장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지분 투자를 함으로써 협력사의 투자 부담을 크게 낮춰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업계 일각에서는 직접 투자가 반도체 초호황 속 우량 공급처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한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솔브레인과 동진쎄미켐은 삼성의 주요 협력사로 꼽히는 곳"이라며 "특히 솔브레인은 국내 반도체 식각액 전체 물량의 80%가량을 공급하는 만큼 전략적 제휴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사상 최고 실적과 더불어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약속하면서 전 거래일보다 3.89% 오른 286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 시작과 동시에 280만9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280만원대에 진입했고, 장 중 287만5000원까지 오르며 전날 세운 장중 최고가(277만2000원)를 훌쩍 넘어섰다.
우선주인 삼성전자우도 장중 235만9000원까지 오르며 장중 최고가를 기록했고, 233만5000원에 장을 마감하면서 종가 기준 최소가를 다시 썼다.
이에 증권사들은 잇따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향상 조정하고 있다. 특히 유안타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300만원에서 38% 상향한 380만원을 제시했다.
유안타증권의 이재윤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부품사업(반도체+디스플레이)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체질개선이 본격화되면서 실적 성장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내년 영업이익은 68조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재차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으로 높은 목표가를 제시하고 있는 증권사는 이베스트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IBK투자증권 등이다. 이들은 삼성전자 목표가를 350만원으로 제시했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호황과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 재평가를 견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