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투자은행(IB)에 대한 발행어음업무 인가를 놓고 은행업계와 증권업계가 충돌하고 있다. 은행 쪽은 업권 간 불평등, 금산분리 원칙 무력화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증권 업계는 자본시장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초대형IB 출현이 필수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9일 "초대형 IB에 대해 발행어음과 IMA(종합투자계좌) 업무를 허용하는 것은 은행업 라이선스 없이 은행업을 수행토록 하는 것과 같다"며 "이는 업권 간 불평등, 건전성 규제 공백, 금산분리 원칙 무력화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어 부적절하다"라고 밝혔다.
지난 1일 증권선물위원회는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발행어음업무 인가안을 의결했다 이에 다음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이 인가안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연합회 측은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투자은행과 경쟁할 수 있도록 자본을 확충하고 인수합병(M&A) 자문·인수 등 투자은행 본연의 업무를 확대코자 하는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정책에는 적극 공감한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정부가 초대형 IB에 허용코자 하는 발행어음과 IMA 업무는 투자은행 업무가 아니라 일반 상업은행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입장이 다르다. 국내 자본시장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증권사 초대형IB 출현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은행과 벤처캐피탈(VC) 중심의 자금공급만으로는 우리 경제를 이끌어나갈 혁신형 기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불가능하다면서 모험자본을 공급을 위해 초대형 IB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단기금융업무 인가가 예상되는 초대형 5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의 합산 자기자본은 24조6000억원 수준으로 발행어음을 통해 약 49조2000억원의 자금 조달 여력이 생기게 된다. 이 중 50% 이상을 기업금융 관련자산에 투자해야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최소 24조6000억원의 자금이 혁신성장기업 자금지원 등 모험자본으로 쓰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초대형IB 인가가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금투협 관계자는 "24조6000억원이 국내 기업에 투자되면 약 21만명~43만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