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의 30주기 추모식이 17일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린다. 삼성그룹은 매년 호암의 기일인 11월 19일에 경기 용인 선영에서 추모식을 열어왔다. 올해는 19일이 일요일이라는 점을 고려해 일정을 앞당겼다.
추모식은 어느 때보다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와병 중인 부친을 대신해 추모식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마저 영어의 몸이 되면서 이마저도 힘들게 됐다. 이로 인해 올해 추모식 분위기는 한층 무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오는 17일 오전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호암재단 주관으로 호암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30주기 추모식을 치른다.
올해는 30주기란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해이고,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별도의 행사 없이 조용히 치러진다. 이건희 회장의 오랜 와병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수감으로 총수 부재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10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추모식을 주관한 이 부회장마저 공석인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조용히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가 30주기이긴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등으로 조용히 치르기로 했다"며 "추모식 이외에 다른 행사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추모식 당일 오전에는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을 비롯해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인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사장), 둘째 사위인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 등이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일정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모식에는 이날을 기준으로 현직 사장단이 선대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한 참배를 관례가 있다. 지난해에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사장단 50여명이 참배했다.
올해는 권오현 삼성종합기술원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CR 담당 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인재개발담당 부회장 등 신임 회장단이 추모행사 참석 대상자로 참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오후에는 CJ, 신세계, 한솔 등 이른바 범(汎)삼성가의 그룹 임원들이 잇따라 선영을 찾을 예정이다.
저녁에는 추모식과 별도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주관아래 CJ인재원에서 호암 30기 제사가 치러진다.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기업 비리 혐의로 구속된 이후 지난해까지 제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특사로 사면되고, 건강도 회복하면서 5년 만에 제사를 주관하게 됐다.
한편 이 선대회장의 추모식은 20여년 간 삼성과 CJ그룹의 공동 행사로 치러졌다. 하지만 그룹의 규모가 커져 공간 제약이 있는 데다 삼성과 CJ간 상속 분쟁이 불거진 2012년부터 각 그룹별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0년까지는 고인이 살았던 서울 장충동 집에서 지냈으나 2011년부터 CJ인재원으로 제사 장소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