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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신세철의 쉬운 경제] 저성장 저금리 시대의 화폐가치 보전

신세철 칼럼리스트



한국경제는 고성장 단계를 지나 저성장 구조로 이미 진입하였다. 전 세계적 공급과잉 상황에 더하여 빈부격차에 따른 유효수요 부족으로 저물가 바탕에서 벗어나기도 상당기간 쉽지 않을 것이다. 일시적 등락이 있더라도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어 가는 모습이 뚜렷하다.

저성장·저물가·저금리 구조에서는 가계운용이나 기업경영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금리가 낮더라도 저물가로 화폐가치가 보전되니, 가계는 이자보다는 저축한 돈을 쪼개 쓴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업은 미래 현금흐름이 보이지 않으면 레버리지 경영을 자제하여야 한다.

금리가 높아도 물가상승률이 더 높으면 이자까지 재투자하여도 돈의 가치를 보전하지 못한다. 반대로, 금리가 낮아도 물가상승률이 더 낮아지면 돈의 가치는 그대로 보전되거나 오히려 높아진다. 만약, 물가상승률이 높아 화폐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높다고 좋아하는 것은 제 살 깎아 먹으면서 ‘공짜점심’으로 착각하는 것처럼 화폐 환상(money illusion)에 빠지는 일이다.

반대로 금리가 낮아져도 물가상승률이 더 낮아지면,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는 높아지므로, 금리생활자 입장에서도 저금리를 걱정할 필요 없다. 성장률이 저하되며 명목금리도 낮아지고 있지만, 물가 또한 낮아지고 있어 실질금리는 과거에 비해 오히려 높은 편이다.

물가상승으로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시기와 달리 그 가치가 보전되는 시기의 경제적 선택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시대에는 가계의 자산운용 패턴, 기업의 사업계획, 정부의 경제정책도 고성장, 고물가, 고금리 시대와는 달라져야 한다. 보통 소득의 일부분을 저축해야 하는 가계는 노후에 이자를 받아 생활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평생 저축한 돈을 쪼개어 쓴다.’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여 투자하는 기업도 타인자본 사용을 되도록 억제하고 가능한 자기자본으로 안정적 수익이 예상되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도 성장 목표를 무리하게 높게 책정할 경우, 작용보다는 부작용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가계와 기업을 피로증후군에 빠지게 할 우려가 있음을 경계하여야 한다.

금리가 낮다고 해서, 투기적 투자를 선호하다가는 위험과 불확실성의 대가를 고금리시대보다 더 크게 치러야 한다. 고도성장시대에는 여기저기, 이것저것 먹을거리가 있지만 경제가 성숙기를 지나면 눈먼 돈도 없어지고 단번에 큰돈을 벌 수 있는 경로가 줄어든다. 저성장 저물가 상황에서 현금흐름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데도 막연히 큰돈을 벌려고 투자를 확대하다가 잘못될 경우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고성장,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는 돈의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니 공격적 투자로 성공하면 수지가 맞고, 설사 실패하여도 시간이 지나면서 빚 부담이 흐지부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저성장, 저물가 시대에는 사회전체의 수익성은 낮아지며, 시간이 지나도 부채의 가치가 줄어들지 않는다. 수익이 줄어드니 상환능력은 더 악화될 우려도 있다. 가계나 기업이나 위험부담능력(risk tolerance)을 넘어선 과다부채 그리고 과잉투자를 하다가는 영원한 패자로 전락할 확률이 높아진다.

생각건대, 한국경제의 뇌관이 되어가고 있는, 가계부채 누적은 각 경제주체들이 저성장기조에 들어서고 있다는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정부는 고도성장 타성에 젖어, 툭하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억지 소비를 유도하는 등 국민경제를 피로하게 만들었다. 가계도 명목상 저금리(물가를 감안하면 사실상 고금리 상황)를 틈타 큰돈을 벌어보려고 이리저리 투기적 행태를 벌였기 때문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저금리시대에는 개인들이 (현재)소비를 해야 경제가 활발해진다는 절약의 역설(paradox of thrift)이 아니라 미래소비를 위해 티끌 모아 태산을 이루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시대에 소비수요를 억지로 부추기는 단기대책은 국민들의 노후시대를 빈곤절벽으로 이끄는 길이다.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시대에 큰돈을 벌겠다고 두리번거리기보다 적은 수입이라도 쪼개어 미래소비를 위해 꾸준히 저축하는 사람에게 여유 있는 삶이 기다린다. 금리가 낮아도 「돈의 가치 보전」이라는 장점 때문이다.

(초)고령시대에 국리민복을 위한 길은 당장의 소비보다는 미래의 소비를 위한 저축 특히 장기저축을 유도하는 길이다. 언젠가는 어김없이 노인이 될 젊은이들은 출근길에, 손에 비싼 커피가 아닌 도시락을 들고 다녀야 옳을지도 모르겠다.

[b]신세철 칼럼리스트 주요경력[/b]

-성균관대 경제학, 서강대 경제대학원 금융경제학, 미시간주립대에서 선물시장 연구.

-증권(금융)감독원 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역임

-KB자산운용 리스크 관리, 자산운용 책임자

-금융투자협회, 코스닥협회, 대한상사중재원, 호서대대학원에서 금융시장 강의

[b]주요저서[/b]

-우리나라 시장금리의 구조변화

-상장법인 자금조달구조 연구

-주가수익배수와 자본환원배수의 비교 연구

-선물시장 가격결정

-증권의 이론과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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